그래픽=정서희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업자가 잇따르고 있다.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낸 컨소시엄만 4곳으로, 자본력이 탄탄한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를 파트너로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최근 추진 의사를 밝힌 ‘더존뱅크(가칭)’ 컨소시엄은 신한은행의 참여가 유력하다. 나머지 3곳 컨소시엄도 투자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추진을 공식화한 곳은 소소뱅크, KCD(한국신용데이터)뱅크, 유뱅크, 더존뱅크로 총 4곳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인 더존비즈온은 지난 4일 ‘더존뱅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은 조직 내에서 협업과 정보 공유를 위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인 ERP와 그룹웨어 등을 통해 축적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한은행이 더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더존비즈온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만큼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더존비즈온 측은 “주요 시중은행, 대기업 등과 지난해 7월부터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조만간 내부적인 조율이 끝난 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더존비즈온은 2021년 신한은행과 ‘더존핀테크’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기업신용등급제공업 예비인가 취득 후,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더존비즈온이 진행 중인 매출채권 팩토링(유동화) 사업에 추가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매출채권을 인수해 신속한 현금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비즈온은 2019년 금융위원회 규제개혁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돼 팩토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핀테크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유뱅크는 노년층,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인터넷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뱅크 역시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시중은행과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KCD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만들기로 했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소기업 연합 단체 35곳을 주축으로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세우기로 했다.

왼쪽부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전경. /뉴스1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 당국이 은행 문호를 개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를 희망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 여부를 결정해 왔으나, 지난해 7월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터넷은행 인가를 ‘상시 신청’ 방식으로 전환했다.

관건은 자본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250억원의 최소 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도 입증돼야 하는데,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초기 자본금 2500억~3000억원으로 시작해 2조원까지 증자한 점을 고려하면 자본력이 탄탄한 투자사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4 인터넷은행 도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사는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다. 앞서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시중은행의 투자를 유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제4 인터넷은행 투자에 관심이 큰 상황이다”라며 “하나은행은 최근까지 토스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했는데 추가로 투자하는 것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은행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대구은행도 투자사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새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기존 인가 요건인 자본금,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 계획 외에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인가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 2015년인데 시간이 꽤 흐른 데다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제4 인터넷은행 출사표를 낸 컨소시엄 4곳은 당국의 인가 지침이 발표된 후 하반기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