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프로젝트 중 하나인 리도(Lido)의 홈페이지 화면. 리도에 예치된 가상자산이 42조원을 넘어서 3일 기준 디파이 프로젝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탈중앙화된 금융시장을 뜻하는 디파이(DeF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파이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중개 없이 사람들끼리 자금을 이체하거나 대출을 하는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다. 법정 화폐를 기반으로 한 것이 지금의 금융이라면, 디파이는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디파이를 직접 이용해 본 결과는 참담했다.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소액으로 재테크를 하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신뢰할 만한 정보도 찾기 어려운 데다 한 번의 실수에 모든 재산이 날아갈 위험도 많았다. 초보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았다.

◇ 수수료에 원금 녹았다

기자가 20만원으로 도전한 디파이 프로젝트는 리도(Lido)였다. 리도는 이더리움을 예치(스테이킹)하면 보상으로 예치한 이더리움의 3~5%를 이더리움으로 돌려주는 프로젝트다. 예치는 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리도에 예치된 자금 규모는 지난 3일 기준 312억달러(42조원)로 디파이 프로젝트 중 1위다.

예치 방법은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구매한 뒤 이를 리도에 맡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직접 이용할 수 없다. 이더리움을 국내 거래소→해외 거래소→개인 지갑→리도 순서로 전송해야 한다.

문제는 이더리움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업비트 기준 이더리움을 전송하려면 0.01이더리움(약 4만8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원금(20만원)의 20%가 수수료로 빠지는 셈이다. 수익률보단 수수료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수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또 다른 가상자산 ‘리플’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더리움을 직접 전송하기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리플을 구매해 전송한 뒤, 이체된 리플을 이더리움으로 교환(스와프)하는 방법이었다. 리플을 국내 거래소에서 바이낸스로 전송한 뒤 바이낸스에서 리플을 이더리움으로 스와프하고, 이를 다시 개인지갑으로 보내 리도에 예치하는 순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총수수료는 0.006이더리움(2만8000원)과 1리플(850원)이었다.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수수료가 원금의 14%나 됐다. 리도 예치로 받는 리워드 수익률은 3.13%인데, 리워드를 10번 이상 받아야 낸 수수료를 충당할 수 있다. 수수료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몇 초 만에도 바뀌어 지불한 수수료가 저렴한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 금융사고는 모두 고객 책임

디파이 이용 과정에서 가장 불안했던 점은 안전성이었다. 디파이는 은행과 같은 통제기관이 없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고객이 짊어지는 구조다.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 전송하는 과정에서 대·소문자 알파벳과 숫자 42개로 이뤄진 지갑 주소를 하나라도 잘못 써넣으면 영영 가상자산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디파이 프로젝트 리도에 이더리움을 예치할 수량을 정하는 화면. 기자가 보유한 이더리움은 0.0355개인데, 수수료(Gas Fee)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 예치 가능한 이더리움은 0.028개로 표시된다. /인터넷 캡처.

또 암호화폐 지갑을 제공하는 메타마스크는 지갑을 만든 기자에게 12개의 영어단어로 된 ‘비밀 복구 문구’를 제시했다. 계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구가 없으면 가상자산이 보관된 지갑을 영영 찾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문구를 석판에 새기는 등 현물로 안전하게 보관할 것을 추천했다. 디파이가 정말 금융의 미래가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김지혜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디파이는 가스비(수수료)를 내고 ‘프라이빗 키’를 이용자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라며 “구조적 리스크 해결과 사용자경험(UX) 개선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