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해 '기술신용평가'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은행권은 그간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평가기관에 관대한 기술신용평가 등급을 요청했고,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평가기관은 은행의 입맛대로 평가등급을 내어줬다. 그러다 보니 기술기업 아닌 기업도 기술금융을 이용하고, 평가의 수준도 부실해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기술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해 기술금융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3일 10시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기술금융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의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매출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출 한도나 금리를 우대하기 위한 제도다.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기업이 은행에 대출 신청하면, 은행은 기술금융 대상인지 판단한 후 기술신용평가사에 기술신용평가를 의뢰한다. 은행은 기술신용평가 보고서를 참고해 여신을 실행한다.
기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기술금융이지만, 최근 기술금융은 은행의 실적 쌓기 용도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은행은 기술금융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서 기술신용평가사에 기술금융 대상이 아닌 비기술기업에 대해서도 평가를 의뢰하거나 관대한 평가 결과를 요청했다. 기술신용평가를 의뢰하기 전 여러 평가사들에 평가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고 원하는 등급을 제공하는 평가사에 평가를 의뢰하기도 했다.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기술신용평가사는 보다 많은 평가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기술평가 대상이 아닌 생활밀접업종에 대해서도 기술금융인 것처럼 평가하여 평가보고서를 발급하고, 기술금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에 대해 관대한 등급을 주거나 기술금융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허위 평가를 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신용평가의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이 기술신용평가서의 품질에 따라 평가기관에 물량을 배정하도록 해 평가사가 평가 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은행 지점과 평가사 간 발생할 수 있는 유착관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은행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은행이 평가사에 평가 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거나 특정 등급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신용정보법에 은행에 대한 행위규칙을 마련한다. 기술금융 대상도 더 명확하게 해 은행이 비기술기업에 대한 평가를 제도적으로 막는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본래의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 '깜깜이 우대금리'도 개선한다. 중소기업은 그동안 기술금융을 이용하더라도 우대금리가 얼마나 적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이 기술등급별로 어느 정도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지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친다. 특히 은행 테크평가 시 기술등급별로 더 높은 금리인하를 한 은행에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기술금융의 사후 평가도 강화한다.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 평가 품질이 우수한 평가사에는 정책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흡한 평가사에는 미흡한 평가사의 평가를 받은 대출잔액을 한국은행 금융중개자금지원대출 실적에서 제외해 패널티를 부여한다. 미흡한 평가사의 대출 잔액이 한국은행 금융중개자금지원대출 실적에서 제외된다면 은행은 품질등급이 우수한 평가사에 더 많은 평가를 의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기술금융이 한 단계 성장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애로를 적극 해소해주는 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