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줄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감소로 전환한 것은 11개월 만이다.
31일 각 사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28일 기준으로 693조6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말(695조7922억원)과 비교해 0.30% 줄어든 수치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한다면, 작년 4월(3조2971억원 감소)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전월 대비) 기록이 확실시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536조307억원을 기록해 11개월 만에 뒷걸음쳐 0.20% 줄었다. 신용대출도 103조497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약 1년 만의 가계대출 역성장은 고금리 정책과 부동산 거래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14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근거로 고금리,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대출 규제 등을 들었다.
다만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 증가는 여전하다. 이달 28일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모두 784조4562억원으로, 2월 말(767조7107억원)과 비교해 0.99% 증가했다. 지난해 말(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 3개월 동안 17조1423억원(2.2%)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신용은 주택거래 위축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기업 신용은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기업부채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