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집값 상승기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던 '아파트형 공장' 지식산업센터의 대출 현황을 점검한다. 지식산업센터는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3~4년 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현재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금리마저 높아지면서 지식산업센터 관련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한 지식산업센터 대출이 새로운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28일 금감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은행권을 대상으로 지식산업센터 대출 규모를 파악한 데 이어 연체율 등 세부 현황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이 사업을 위해 입주하는 아파트형 공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으로 지식산업센터 대출 규모를 단순 파악했는데 최근 3~4년간 지식산업센터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 같아서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려고 한다"라며 "지식산업센터 대출은 별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서 관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실률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는 2020~2021년 부동산 상승 시기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다.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분양권을 사고파는 데도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무실을 저렴하게 분양받은 후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파는 식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건설사 역시 분양이 잘 되다 보니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을 늘렸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누적)는 총 1529곳으로, 지난 2020년 4월보다 31%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지식산업센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은 늘어났지만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공실 문제가 떠올랐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자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세 없이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리마저 인상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불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분양권을 팔려고 해도 거래 자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339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급감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도 많아졌다.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등을 포함하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3만9059건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산업센터 관련 대출이 개인과 금융기관 부실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생기자 은행권도 지식산업센터 대출과 관련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은행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를 담보로 취급한 대출 가운데 감정가 대비 과다한 대출이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식산업센터 대출 실태를 파악한 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