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법인모집대리점(GA)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가 내부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간 관리자와 보험 설계사 간 임금 지급을 두고 거센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설계사들은 중간 관리자의 ‘임금 횡령’을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단체로 민원까지 제기했다.
한금서 측은 중간 관리자와 설계사들 사이 견해차로 벌어진 일이라며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반면 설계사들은 한금서가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금서를 상대로 법정 다툼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금서 산하 GA와 계약을 맺은 설계사 16명은 최근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 민원의 핵심은 한금서 중간 관리자인 사업부장 A씨가 보험 판매 수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해당 민원을 한금서에서 해결하도록 이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계사들의 민원은 돈을 주고받는 이들끼리 계약서 해석이 달라 비롯됐다. 한금서 구조상 설계사 임금에 해당하는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는 주체는 한금서 본사가 아닌 중간 관리자급 사업부장들이다. 한금서 본사는 독립 영업조직인 사업부와 계약을 맺은 뒤 다시 사업부가 설계사를 모아 계약을 맺는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16명 설계사들도 계약서상 한금서가 아닌 A씨와 영업 계약을 맺었다. 일종의 보험판 재하청 구조인 셈이다.
설계사들은 A씨가 계약서상 약정과 다르게 수수료를 지급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았다고 한금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A씨는 약정에 맞게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입장을 고수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금서는 집단 민원이 발생해 난감해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갈등 봉합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A씨와 설계사들 사이 충돌을 강제로 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게 한금서 측의 입장이다. 민원을 제기한 설계사들이 한금서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금서는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가 보는 이마다 다르게 해석되게끔 미흡하게 작성돼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본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한금서의 이러한 태도가 A씨의 전횡을 사실상 묵인하는 꼴이라고 반박한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한 설계사는 “영업 계약을 맺을 때도 A씨가 아닌 한금서라는 기업을 보고 이직했으며 한금서 이름 아래 영업하는 만큼 한금서 본사에서 나서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금서와 A씨는 직접 계약 당사자고, A씨의 수수료 지급 문제인 만큼 한금서가 뒷짐질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금서 내 파열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설계사들은 법률 자문을 받고 한금서와 A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검토 중이다. 한금서가 갈등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법정에서 한금서의 책임까지 묻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한편 한금서는 비슷한 갈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설계사 계약서 표준 양식을 만들고 산하 사업부에 배포했다. 또한 이미 작성된 설계사 계약서를 전수조사해 계약서상 미흡한 지점들을 적발하고 4월 중으로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을 사업부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