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조선DB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4조원대 ‘KOK(콕) 토큰 사기’ 혐의를 받는 미디움에 인수된 뒤 1년 만에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기업이 상장폐지 절차에 접어든 이유는 미디움의 경영권 장악 이후 회계부정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이미 관련 문제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지만 ‘내부 자료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 회계감리국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비유테크놀러지의 회계부정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인은 비유테크놀러지의 사업보고서 등에서 회계부정 의심 정황을 찾았고, 비유테크놀러지와 더불어 분기별 사업보고서에 ‘적정’ 판단을 내린 선일회계법인에도 감리가 필요하다며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은 신고인에게 “(비유테크놀러지) 내부 자료를 달라”고 답했다. 금감원은 “내부 자료가 없으면 감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남기고 감리 전 단계인 심사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접수된 신고를 모두 볼 수가 없기에 신고가 접수되면 중요도를 따진다”며 “당시 담당 부서에서 신고인이 회사 외부자이고 (신고의)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비유테크놀러지가 지난 21일부터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비유테크놀러지의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선일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내면서다. 선일은 의견 거절을 낸 사유 중 하나로 회계부정 의심을 꼽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감원 판단과 달리 비유테크놀러지의 회계부정 의심 정황은 정기 감사에서 드러나 공시됐다. 비유테크놀러지의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선일이 2023년도 비유테크놀러지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낸 사실이 지난 21일 밝혀지면서다.

선일은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낸 이유 중 한 가지로 회계부정 의심을 제기했다. 비유테크놀러지 내에서 지난해 발생한 회계부정으로 의심될 만한 비경상(일상적이지 못함)적 거래를 포착하고 자체 감사를 요청했으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비유테크놀러지는 현재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비유테크놀러지의 비경상적 거래는 지난해 미디움에 인수된 이후 발생했다. 미디움은 지난해 초부터 비유테크놀러지에 사업 인력을 내려보내고 미디움 관계인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비유테크놀러지 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비유테크놀러지는 재무 건정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20억원가량을 사업 명목으로 미디움에 지급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비유테크놀러지와 미디움 관계사 간 지분 교환이 이뤄지고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그래픽=손민균

콕 토큰이 쓰이는 플랫폼 운영사 미디움은 4조원대의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현재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의 수사를 받고 있다. 미디움은 언론보도 등으로 콕 사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기존 사명으로 신사업에 손대는 데 애를 먹었다. 새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사업을 유지할 기업을 물색했고 이때 선택된 회사가 비유테크놀러지다.

비유테크놀러지는 4월 12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기한까지 이의신청이 없으면 비유테크놀러지는 상장폐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