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의 가상자산 예치금에 대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 기준을 기존 40%에서 100%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LCR은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가상 자산 거래를 위한 예치금은 그중 40%만 30일 내에 유출될 수 있는 현금이라고 가정하고 LCR을 산정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100% 빠져 나간다고 가정하고 LCR을 산출하도록 한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할 경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상 자산 예치금에 대해 강화된 LCR 산정 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뱅크런 우려가 불거지며 가상자산 예치금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판단해 LCR 규제를 강화했다”며 “LCR 비율을 지난해 단계적으로 높여 작년 말 기준 100%로 상향 조정했다”고 했다.
LCR 산정 기준 강화는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과,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이 매우 낮고, 케이뱅크는 높다.
케이뱅크는 이달 초부터 한도계정 해제 조건도 새로 도입한 상태다. 신규 계좌 개설 후 3일이 지나면 ‘코인 거래 300만원 이상, 업비트로 3회 입금’ 등 조건을 충족하면 한도를 풀어준다. 한도가 해제된 정상계정은 1일 입금 5억원, 출금 2억원까지 가능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특정 인터넷은행의 가장자산 거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예치금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