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오늘날의 웹3.0 사용자 경험(UX)은 초창기 인터넷을 떠올리게 해요. 인터넷이 막 태동했을 때,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조차 어려웠어요. 노래를 내려받고 공유한다? 상상하기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 보세요. 인터넷으로 어떤 일이든 처리할 수 있잖아요. 웹3.0 환경도 우리가 아는 인터넷처럼 꾸준히 진화하고 있으며 앱토스는 계속해서 웹3.0 UX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모함마드 샤이크(Mohammad Shaikh·38) 앱토스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과 웹3.0(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웹) 대중화를 위해 앱토스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앱토스는 현재 웹3.0 UX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웹2.0 수준을 넘어서 더 나아질 방법을 개척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앞세워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미 원주민 부족인 오흘론이 민중(The people)을 일컬을 때 쓰는 단어 앱토스(Aptos)를 사명으로 지었을 정도로 샤이크 대표와 회사는 블록체인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16일 샤이크 대표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앱토스는 샤이크 대표와 그의 동업자 에이버리 칭 최고기술관리자(CTO)가 지난 2021년 창업한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사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캐나다왕립은행, 블랙록 등 굵직한 컨설팅사·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은 샤이크 대표는 2020년 메타(옛 페이스북)에 합류해 메타의 가상자산 전자지갑 노비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메타에서 나와 칭 CTO와 함께 앱토스를 설립했다.

앱토스는 창립 초기부터 ‘메타 출신이 만든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페이팔 자회사 페이팔 벤처스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회사 출범도 순조로웠다. 2022년 10월엔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사업의 돛을 펼쳤다. 메인넷이란 가상자산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기반이 되는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뜻한다.

그래픽=손민균

앱토스는 신생 메인넷이지만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통계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앱토스 메인넷에 예치된 총자산(TVL)은 3억2620만달러(약 4338억원)로 전 세계 메인넷 중 18위로 집계된다. 같은 시각, 앱토스 코인의 시가총액은 53억3000만달러(약 7조884억원)로 시가총액 규모만 보면 23위 수준이다. 샤이크 대표는 가파른 속도로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처음부터 메인넷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라고 자부했다.

그의 말대로 앱토스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전통 메인넷과 비교해 빠른 전산 처리 속도와 낮은 거래 수수료라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의 전산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초당 거래 건수(TPS)를 비교하면 비트코인이 약 7TPS, 이더리움이 10~20TPS고 앱토스는 2만TPS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 수수료는 이더리움이 한 트랜잭션(수행 작업 단위)당 20~50달러 수준이라면 앱토스는 0.001센트에 불과하다.

샤이크 대표는 “앱토스는 확장성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설계됐다”며 “메인넷 환경이 초당 1000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거래 수수료 부담이 낮아야 금융사에서 쓰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 금융사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터카드와 고객 신원 확인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대형 자산운용사들과도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중이다”라고 했다.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 앱토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개발해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파인드아웃'. 파인드아웃에 "오늘 저녁 뭐먹을까?"라고 질문하자 AI가 "면 종류의 최강자, 스파게티"라고 답했다. 이처럼 파인드아웃은 앱토스와 MS가 블록체인 및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일상생활에 밀접한 문답을 재치있게 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인드아웃 갈무리

성공적으로 메인넷을 출시한 앱토스는 이제 블록체인 대중화를 전사 전략으로 내걸었다. 최근 회사가 구축한 전략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디앱(dApp·탈중앙화 프로그램) 개발. 앱토스는 지난해 MS(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발표하며 보편적 디앱 출시 첫 발걸음을 뗐다. 올해 2월엔 MS와 합작품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앱토스 어시스턴트’와 ‘앱토스 파인드아웃’을 선보였다. 앱토스 어시스턴트는 챗GPT처럼 자연어 문답을 통해 AI가 앱토스 개발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파인드아웃은 일상생활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답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오락 요소가 가미됐다.

샤이크 대표는 “두 프로그램은 MS의 생성형 AI를 사용해 구축한 첫 제품이다”라며 “앱토스 어시스턴트는 개발자들이 앱토스 메인넷을 활용해 개발할 때 편리함과 생산성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파인드아웃의 경우, 이용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해당 질문이 블록체인 안에 기록되고 이용자는 보상 포인트를 얻는다”며 “두 제품은 블록체인과 AI가 만나는 접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MS와 게임,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과 AI가 어떤 용도로 쓰일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16일(한국시각) 모함마드 샤이크 앱토스 대표가 조선비즈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앱토스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시드문구 없는 패스키 인증 시스템도 일반인의 블록체인 경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전자지갑에는 시드문구라는 열쇠가 존재한다. 이 시드문구를 알고 있어야 각각의 전자지갑에 접근할 수 있고 가상자산을 옮길 수 있다. 다만 시드문구는 12개 이상의 영단어를 무작위로 배열한 것이라 외우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앱토스는 자사 메인넷 기반 전자지갑을 이용할 때면 시드문구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도 지문 혹은 얼굴을 인식해 지갑에 로그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샤이크 대표는 “더 나은 UX와 보안,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오늘날 웹2.0에서 쓰이는 편익을 웹3.0으로 고스란히 옮겨오려는 차원이다”라며 패스키 인증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패스키 인증 도입처럼 새로운 기술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일반인이 블록체인을 처음 사용할 때 겪는 적응의 어려움을 줄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열린 '앱토스 서울 해커톤' 대회 모습. /앱토스 제공

인터뷰 도중 샤이크 대표는 “지난해에만 네 번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그의 회사는 사업 초창기 해시드, 아이언그레이,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기업 4곳에서 투자를 받아 한국과 인연이 깊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선 SK텔레콤, 넷마블,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등과 협업하고 있다. 그에게 유달리 한국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묻자 “한국 사회는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위한 미래의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한 “한국은 세계 경제의 혁신을 이끌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앱토스도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앱토스가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월드투어 해커톤(프로그램 개발 행사)을 서울에서 가장 먼저 열었다”며 “올해도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전후로 앱토스 행사를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서울 해커톤에 참여한 한 팀이 ‘머클 트레이드’라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어 월간 거래량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달성했다”면서 “이처럼 앱토스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앱토스 생태계 위에서 디앱 개발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샤이크 대표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금융 분야의 혁신을 전망했다. 그는 “금융의 경우,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금융 소비자가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금융 거래가 블록체인 안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람의 실수나 범죄에서 비롯되는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디파이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라며 “최근 디파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모함마드 샤이크 앱토스 공동창업자 및 대표는

▲헌터칼리지 심리학·경제학·회계학 학사 ▲로체스터대 경영학 석사 ▲KPMG ▲캐나다 왕립은행 ▲블랙록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 ▲컨센시스 전략이사 ▲메리디오 창업자 및 대표 ▲메타 전자지갑 개발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