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실자산 처리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올해 1분기 최대 80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재원을 마련하고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캠코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캠코의 부채비율은 ‘재무 위험 기관’ 지정 기준인 200%에 육박한 상황이다.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캠코는 올해 1분기 원화 공사채를 최대 8000억원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공사채 발행액의 41%다. 캠코의 공사채 발행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연도별 공사채 발행액은 2021년 1조원, 2022년 1조1100억원, 지난해 1조9750억원이다. 공사채 잔액은 5조1000억원 수준이다.

캠코는 새출발기금에 필요한 18조원 중 3조6000억원은 정부 출자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는 공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캠코는 2022년 10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운영 중이다. 캠코가 취약 차주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원금 90%를 탕감해 주는 것이 골자다.

새출발기금은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수령했거나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채무 조정 지원을 받은 경우 등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입은 차주(돈 빌린 사람)만 지원했으나, 지난달부터 코로나19 기간(2020년 4월~2023년 5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캠코는 새출발기금 추가 지원에 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캠코는 또 새마을금고의 부실 채권도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7%대로 다시 올라선 데 따른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부실 채권 정리를 통해 연체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캠코는 작년 말 1조원가량의 새마을금고 부실 채권을 인수했으며, 올해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친 후 1조원어치를 추가 매입할 예정이다. 캠코는 ‘PF 정상화 지원 펀드’에도 5000억원을 출자했다.

권남주 캠코 사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기업이 늘며 캠코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캠코의 재무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캠코가 정부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캠코는 올해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2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 위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재무 위험 기관이 되면 자산 매각, 사업 조정, 경영 효율화 등의 재정 건전화 작업을 이행해야 한다.

적자 전환도 우려된다. 캠코는 지난해 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캠코는 1999년 사명을 바꿔 출범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정확한 규모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캠코 관계자는 “올해 대규모 공사채 발생을 계획 중이기는 하나, 부채비율이 200%가 넘지 않도록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