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홍콩 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 기자설명회에서 “ELS 상품 판매 및 투자행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기준안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홍콩 ELS 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요인이 다수 발견되자 향후 분쟁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투자자별로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종합해 배상비율을 산출하고, 이를 확정된 손실에 적용해 배상금액을 결정한다.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판매자 요인의 기본 배상비율은 23~50%가 부과된다. 투자자 측면의 배상비율은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등 판매사의 미흡사항이나 투자자의 ELS 가입 경험, 금융지식 수준 등에 따라 배상비율이 최대 45%포인트 더해지거나 깎일 수 있다. 여기에 기타 조정 요인에 따라 배상비율이 ±10%포인트 변경될 수 있다.
이 원장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판매사 측면에서는 판매원칙 위반 정도가 크거나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진다”며 “투자자 특성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예적금 가입 희망 고객 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에는 배상비율이 가산되는 반면, ELS 투자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고객 등에 대한 판매는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홍콩 ELS 투자자의 손실 배상을 위한 분쟁조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각 판매사는 이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 시 참작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서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분쟁조정기준안 마련에 앞서 홍콩 ELS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를 다수 적발했다. 이 원장은 “일부 ELS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성과평가지표(KPI)를 통해 판매를 독려함으로써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다”며 “그 결과 본점의 상품 판매제도가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에 부합하지 않았고, 개별 판매과정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향후 홍콩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 손실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수정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또다시 이러한 대규모 투자자 손실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융위원회와 함께 ELS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을 금융회사, 금융소비자, 금융감독당국 모두 함께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 다시는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