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마련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비율 마련 방안. /금감원 제공

2021년 이후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면 투자 손실금의 70~75% 가량을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ELS에 고액으로 다수 투자한 경험이 있고 누적 수익이 홍콩H지수 ESL 손실 규모를 넘어선 투자자의 경우 배상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이런 내용의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손실이 확정된 가입자부터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판매사의 자율 배상(사적화해)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인 제시한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은 상·하한선을 따로 정하지 않고 판매자·투자자별 가산·차감 요인을 상당히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판매사와 투자자 상황에 따라 배상을 아예 받지 못하는 사례와 손실 전액을 배상받는 사례도 나오게 됐다.

금감원은 배상비율을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 고려 요소, 기타 등으로 나눠 마련했다.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따지면서도 투자자의 평소 투자 성향까지 고려해 배상비율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해 유형별로 40~80% 범위에서 특정 배상 비율을 제시했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다른 방식이다.

판매자 요인은 기본배상비율과 공통가중으로 최대 50%까지 배상비율이 정해진다.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금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적용한다.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 위반 중 하나를 어겼을 경우는 20%, 부당권유 금지를 어길 경우 25% 배상비율을 적용한다. 이를 모두 어길 경우는 40%의 배상비율을 책정한다.

금감원은 은행의 경우 검사 결과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부 위반 사항이 발견돼 20~40%의 기본배상비율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 은행처럼 일괄 지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위반사항에 따라 20~40%의 배상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통 가중은 판매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따라 은행은 최대 10%, 증권사는 최대 5%의 배상비율을 정했다. 내부통제 부실 정도에 따라 최대 배상비율에서 차감된다. 온라인으로 상품에 가입한 경우는 은행 5%, 증권사 3%의 최대 배상비율을 각각 책정했다.

투자자별 고려 요소는 최대 45% 배상비율이 책정됐다. 다만 투자자 성향에 따라 판매자 요인 배상비율에서 투자자 고려 요소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다. 예컨대 불완전 판매에 따른 판매자 요인 40%에 투자자 성향이 +35%포인트로 책정되면 최종 75%의 배상비율이 정해진다. 판매자 요인이 40%라도 투자자 성향이 -45%포인트로 나오면 최종 배상비율은 0%가 되는 식이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5~15%포인트)이거나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금융회사를 방문했던 경우(+10%포인트), ELS 첫 투자인 경우(+5%포인트)는 배상 비율이 그만큼 높아진다.

반면 ELS에 반복해서 고액을 투자했고 누적 수익도 이번 홍콩H지수 손실금을 넘어선 경우 등은 투자자 고려 요소가 마이너스(-)로 책정된다. 구체적으로 ELS 가입 횟수가 20회를 초과하는 경우(-2%포인트)부터 배상비율이 낮아진다. 지연 상환(-5%포인트)이나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경험(-10%포인트), 손실 경험(-15%포인트)이 있어도 배상비율이 깎인다.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더라도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배상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금감원은 사례 별로 투자금 손실 배상비율도 제시했다. 80대 초반 남성 A씨는 2021년 1월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A씨는 은행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받아 2500만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손실이 확정됐다. 이 은행은 A씨에게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 위험 가능성을 일부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 및 내부통제 부실 소지가 발견됐다. 또한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 등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A씨에 대해 판매자 요인 50%, 투자자별 고려 요소 25%를 인정해 75% 안팎의 배상 비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별 고려 요소의 경우 판매사가 고령자 보호기준을 준수하지 않았고(+15%포인트), 예·적금 가입 목적(+10%포인트)이었다는 점이 적용됐다. ELS 가입 경험이 2회 뿐이고 가입금액이 5000만원 미만이어서 차감되는 배상비율은 없었다.

같은 80대 고령자가 불완전 판매로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더라도 투자상품을 가입을 위해 금융사를 방문한 경우는 70% 내외의 배상비율이 예상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배상비율이 0%인 사례도 있다. 과거 ELS에 62회 가입한 경험이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 B씨는 2021년1월 은행에서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다. B씨는 은행원의 권유로 1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1월 만기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B씨는 그동안 ELS 투자로 얻은 누적 수익이 이번 홍콩H지수 ELS 손실을 초과했다.

B씨의 경우 설명의부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 등 판매사 요인 배상비율은 35%로 책정됐다. 그러나 ELS 상품 가입 경험 62회(-10%포인트), 손실 경험 1회(-15%포인트), 가입급액 5000만~1억원 이하(-5%), ELS 누적이익이 금번 손실규모 초과(-10%포인트) 등으로 투자자 고려요소가 -40%로 정해졌다. 이에 B씨는 배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금감원은 예상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투자자별로 확정된 손실에 대해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 요소를 종합해 산출한 각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금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제 투자자별 배상비율 범위나 분포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H지수 ELS 투자 계좌가 40만건에 달하는 데다가 판매도 워낙 장기간에 이뤄져 판매 시점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DLF 사태 때보다 배상비율이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