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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액보험이 외면을 받고 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거둔 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투자 성과가 좋으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비·운용비·보수 등 각종 수수료를 보험사에 지급하고 나면 실제 수익은 높지 않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변액보험 계약 건수는 2019년 말 기준 711만1720건에서 지난해 3분기(528만6363건)보다 약 25% 감소했다. 변액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숫자보다 변액보험을 해지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변액보험의 특별계정 투입보험료는 414조1977억원에서 293조8694억원으로 29% 감소했다. 변액보험 인기가 없어지면서 변액보험 내 펀드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도 쪼그라든 것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 중 사업비를 제외한 돈을 특별계정으로 분류하고, 고객은 특별계정에 있는 돈으로 보험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다.

보험업계는 고금리와 증시 부진 등으로 펀드 수익률이 하락해 변액보험 인기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가 올해 발표한 ‘2023년 펀드시장 결산’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펀드 순자산 총액은 971조4000억원으로 전년(119조1000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변액보험 펀드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변액보험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은 낸 보험료 중 사업비·위험보험료를 차감한 나머지 금액만을 가지고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가령 낸 보험료가 100만원이라도 사업비로 10만원을 보험사에 지불하고 나머지 90만원만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90만원으로 10%의 수익을 내도 99만원에 불과해 낸 보험료(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사업비 외에도 보험사에 펀드 보수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특별계정 운용비용 등 각종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일부 수수료는 적립금의 일정 비율로 계산되기 때문에 변액보험을 장기간 유지해 적립금을 많이 쌓을수록 내야 할 수수료는 더 많아진다. 특정 보험사의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해당 보험사가 운용하는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어 선택권도 좁다. 새로운 변액보험 펀드가 출시돼도 과거에 가입한 상품에서 투자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픽=정서희

결국 변액보험 가입자는 한정된 펀드 상품에만 투자해 사업비·운용비 등 각종 수수료를 상쇄할 정도의 수익을 10년 이상 꾸준히 내야 한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바뀔 때마다 펀드 갈아타기도 고객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닌 직장인·학생·주부 등이 변액보험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비과세 혜택도 매력적이지 않아 차라리 금융시장에 나온 펀드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보험사들은 일부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수백퍼센트에 달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펀드가 장기간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 생각해 실제 투자한 고객들만 누릴 수 있는 수익률이다. 투자한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된 2022년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2012년 변액연금보험의 연 환산 수익률은 1.1%다. 변액연금 미보증형 상품으로 2017년 판매됐던 ‘빅보너스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연 환산 수익률은 -2.8%다. 2005년 판매된 ‘변액유니버설가족사랑’의 연 환산 수익률은 0.2%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장 많은 변액보험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펀드에 투자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보느냐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다”라며 “과거 불완전판매 논란도 있었고, 보험사들도 판매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