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임직원 수를 줄이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주에서 근무하던 인력은 은행 영업 현장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고금리 시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주요 계열사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내실 경영에 방점을 두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각 금융지주가 공시한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임직원 수를 2022년 159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37명(23%) 감축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초 회장 후보자 내정 직후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을 기조로 내걸었다. 이후 조직 개편을 통해 총괄 사장, 수석 부사장제를 폐지하고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임 회장이 지주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을 추진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실적 최하위로 밀려나자 임 회장은 비용 절감을 주력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임원 자리를 줄여 판매관리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임직원 수가 같은 기간 206명에서 202명으로 4명(2%) 감소했다. 지주 인력 감축에 미온적이었던 신한금융의 임직원 수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줄곧 '지주 슬림화'를 강조해 왔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때 "조직 규모에 비해 자리와 사람이 많다"며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손질 의지를 밝혔다. 진 회장은 "지주사는 그룹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장은 놔두고 시장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회사 경영은 존중하면서 지주 조직은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지주 부문장(부사장급)을 11명에서 4명으로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 역시 임직원 수가 2020년 173명에서 2021년 170명, 2022년 167명, 2023년 165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리딩금융그룹' 왕좌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신한금융과 비교해 임직원 수가 37명(18%) 적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부회장제를 폐지하고 부문장을 10명에서 3명으로 축소했는데, 임직원 수는 올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하나금융만 유일하게 지주 인력을 늘리고 있다. 하나금융의 임직원 수는 2021년 132명에서 2022년 143명, 지난해 15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그래픽=정서희

금융지주들이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실적 부진에 대비, 효율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은행 수익의 원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회성 비용도 만만치 않다. '2조원+알파(α)'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액 중 절반을 올해 1분기에 반영하기로 한 만큼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경기 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대규모 대손충당금(떼일 돈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적립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불필요한 임원 자리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전체 직원 중 임원 비중은 1%가 안 되는데, 금융지주는 10% 이상이 임원이다"라며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는 금융지주에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이 대거 포진돼 있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임원 비중은 하나금융이 20%(31명)로 가장 높았으며, KB금융 13%(23명), 신한금융 10%(21명) 순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임원 수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지주별 임직원 평균 보수는 KB금융 2억400만원, 우리금융 2억400만원, 하나금융 1억4400만원이다. 신한금융의 2021년과 2022년 임직원 평균 보수는 각각 1억4500만원, 1억54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