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에 따른 금융 당국의 중징계가 취소되면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다만, 금융 당국이 대법원에 중징계의 정당성을 다시 따져달라고 상고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징계의 정당성 여부는 한번 더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울고법 행정9-3부는 함 회장 등이 금융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경우 주된 처분 사유인 불완전 판매로 인한 업무정지 6개월은 적법하다고 봤다”면서도 “함 회장 등에 대해선 1심과 달리 주된 처분 사유가 있는데 통제의무 중 일부만 인정돼 피고 측이 새로 징계수위를 정해야 한다고 보고 해당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함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문책경고에 따른 3년간 금융사 취업 제한 조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은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라며 “하나금융은 향후에도 그룹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손님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보호에 부족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손님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함 회장은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 판매에 따라 금융 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독일과 영국, 미국 등 주요국 해외 금리와 연계된 DLF를 판매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 선진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금융 당국은 하나은행이 상품을 불완전 판매하고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하나은행에 사모펀드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징계를 의결했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에게도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함 회장은 중징계를 받은 뒤 2020년 6월 금융 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항소심 승소에도 금융 당국이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함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금융 당국은 2022년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DLF 징계취소 소송에서 1, 2심 모두 패한 뒤 제재 권한에 힘이 빠지는 것을 우려해 대법원에 상고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금융 당국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함 회장에 대한 중징계의 정당성을 다퉈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다시 한번 DLF 관련 징계의 적정성을 두고 금융 당국과 함 회장의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면,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