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사업자들이 3곳으로 늘어나면서 시작 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금융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기준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러 기업과 단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3곳 모두 지금의 주주 구성으로는 엄격한 금융 당국의 인가 기준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사업자는 소소뱅크·KCD뱅크·유뱅크(U-Bank) 등 3곳이다. 유뱅크컨소시엄은 현대해상이 참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컨소시엄에는 핀테크기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과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서비스 ‘루닛’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핀테크 업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만들겠다며 KCD뱅크를 출범했다. 같은 해 12월엔 소상공인·소기업 단체 35곳이 모여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를 꾸렸다.
3곳의 사업자 모두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 비해 규모나 인지도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과거 1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당시에는 카카오(035720)와 KT(030200) 등 대형 정보통신(IT)기업을 주축으로 국민은행,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한화, GS 등 대형 금융사와 대기업이 참여했었다.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컨소시엄에도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사(VC)인 알토스벤처스, 글로벌 투자사인 굿워터캐피탈과 리빗캐피탈 등이 투자했다.
현재 유뱅크를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금융사나 기업, 투자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뱅크 역시 현대해상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형 핀테크사들이라 과거 도전자들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난다. 소상공인 경영 관리 플랫폼 캐시뱅크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세 번째 도전이다. 2015년 인터파크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했으나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2019년에는 토스뱅크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견해차로 중도 하차했다.
소소뱅크 역시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했으나 자본금 부족 등 금융 당국 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예비인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대형금융사와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당국 인가를 받는 것이 수월한 데 3곳 모두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금융 당국이 지난해 7월 인가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금융 당국이 인가 방침을 발표하면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하면 금융 당국이 신규 인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인가 절차만 변경했을 뿐 당국의 새로운 인가 기준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자본금 요건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외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CSS) 등을 인가 요건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인가 기준을 언제 확정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의 신규 인가 기준이 나오기도 전에 3곳의 사업자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3곳 사업자만 놓고 보면 제4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컨소시엄의 경우 2019년 첫 번째 도전에서 탈락했고 재수 끝에 같은 해 12월 예비인가를 받았다. 그러다 2021년 조건부 본인가를 받았는데, 금융 당국은 당시 토스뱅크 운영을 주도할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력이 부족해 외부 투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운영 주체인 대주주가 충분한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확실한 자본을 갖추지 못하면 어렵게 내준 은행 라이선스가 다른 주주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대형 은행이나 금융사 가운데 아직 제4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희망하는 곳은 없다. 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봤을 때 신규 사업자가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 기존 금융사의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해도 큰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기존 사업자를 통해 확인됐다”며 “인가 절차가 변경된 만큼 금융 당국의 심사 기준도 더 강화될 텐데 현재 사업자들이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