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정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된 후 '보금자리론'이 부활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시적으로 시작된 특례보금자리론은 단 이틀 만에 신청금액이 6조원 가까이 몰렸지만, 보금자리론은 1월 수요가 600억원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보금자리론 이용 요건도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까다로워지면서 신청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금공)가 오기형 국회 정무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주택금융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은 645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1월 30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된 이후 올해 1월 30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담대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해 1월 30~31일 이틀간 5조8542억원 규모의 신청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보금자리론 수요는 98.9% 감소한 것이다.
2월 들어서도 보금자리론의 수요는 반등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보금자리론의 신청금액은 2611억원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2월 신청 금액은 11조6127억원에 달했다.
올해 보금자리론 신청 규모는 특례보금자리론뿐만 아니라 기존 보금자리론의 실적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2021년 1~2월 신청 규모가 5조3100억원이었고, 2022년 1~2월에는 3조295억원의 신청을 받았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1~29일 신청 규모는 7299억원이었다.
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집값이 많이 상승한 상황에서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에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시장을 좀 더 관망하려는 수요가 크다. 주택 가격의 하락을 기다리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며 보금자리론 이용도 하지 않는 것이다.
보금자리론의 이용 요건이 까다로워진 점도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 보인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총소득 7000만원 이하, 대상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일 때 이용할 수 있다. 대출한도 역시 3억6000만원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적이 있었던 만큼 보금자리론에 비해 이용 요건이 높지 않았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에는 소득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아파트라면 최대 5억원까지 돈을 빌려줬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보금자리론의 공급 계획을 크게 줄이며 이용요건도 강화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43조3000억원 공급됐지만, 올해 보금자리론 공급 목표는 10조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금리 또한 보금자리론의 신청을 가로막는 부분이다.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연 4.2~4.5% 수준이다. 신혼가구, 다자녀 가구 등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3%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일반 가구의 경우 보금자리론을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다. 신혼가구는 더 좋은 조건의 '신생아 특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보금자리론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라면 9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1~3%대로 빌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은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요건 강화돼 이용 대상 자체가 줄어들었고, 금리 경쟁력이 있는 다른 대출 상품의 선택지도 넓어진 상황이다"라며 "시장에서 보금자리론의 수요가 당분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당국이 공급 계획을 10조원으로 확 줄인 만큼 증가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