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뉴스1

기업구조조정(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451억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미상환분 문제를 두 달 만에 해결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오는 23일 열리는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외담대 조기상환과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담대 문제가 해결되고 태영건설에 추가 자금 지원까지 이뤄지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던 협력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오는 23일 서면으로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의 451억원 규모 외담대 상환을 결의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외담대 상환, 4000억원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의결하는데, 하도급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자금 지원 및 손실 분담 은행이 정해져 있는 만큼 500여개의 채권 금융사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외담대는 협력·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이나 자재를 구입한 원청업체가 외상매출을 끊어주면 협력·납품업체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협력사가 외담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가 제때 이를 갚아 한도를 여유가 있게 확보해야 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말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워크아웃 개시로 상환이 유예된 금융채권이라는 이유로 이를 상환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협력사들은 외담대를 이용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는 임금 체불 문제로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과 채권단, 태영건설은 외담대 상환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유동성에 여력이 생기면 최대한 우선순위로 외담대를 정리하도록 당국과 주채권은행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전경. /산업은행 제공

451억원의 외담대 상환이 이뤄지면 협력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외상매출채권을 미리 갚아주는 등 급한대로 협력사에 조금씩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이번 외담대 상환으로 한도가 복원되면 협력사에 충분히 돈이 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면 협력사의 상황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하도급업체 결제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태영건설에 새롭게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5대 은행이 비율대로 손실을 분담하는 형태다.

채권단에 속한 금융사들은 별도로 협력사에 신규 대출과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태영건설 협력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도하고 있어 은행에서 직접적인 금융지원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