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개시에 맞춰 내렸던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어서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침체됐던 주택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별 가계대출 현황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은행에 “목표치 내에서 대출 증가율을 관리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주요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 당국에 보고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해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0%포인트 인상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연 4.21~5.82%로 0.2%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 산정의 준거가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두 달째 하락하고 있음에도, 가산금리를 높여 금리를 올린 것이다. 지난해 11월 4.00%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픽스는 올해 1월 0.34%포인트 내린 3.66%를 기록했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도 연 3.52~5.53%로 0.15%포인트 올랐다. 고정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AAA) 5년물 금리가 올해 1월 2일 3.820%에서 지난 19일 3.928%로 0.10%포인트가량 오른 것과 비교해 금리 인상 폭이 더 컸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 7일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은행들은 주담대,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 이후 고객 탈환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 전세대출 금리를 하루 만에 0.5%포인트 대폭 낮췄다. 이자 마진과 직결된 대출 금리가 하루 만에 이같이 인하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은행권 주담대는 4조9000억원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로 2021년 1월(5조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금융 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40조원)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이고, 은행에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 공급을 당부하고 있음에도 주담대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전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올해 가계부채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의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 방침에 반영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며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 원칙이 현장에서도 확립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