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대학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다인실에 입원하면 하루 최대 5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금융 당국이 최근 손해보험사들에 1인실 입원비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 한화생명은 오히려 1인실뿐만 아니라 2~6인실에 입원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원비 과당경쟁은 불필요하게 입원일수를 늘리는 '모럴 해저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상급종합병원입원특약'을 판매하고 있다. 이 특약은 질병·재해로 2일 이상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할 경우 120일 한도 내에서 45만원을 보장한다. 병원 급수와 관계없이 5만원을 보장하는 '첫날부터입원특약'까지 포함하면, 입원만 하면 하루 최대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논란이 됐던 1인실 60만원 보장 상품보다 보장 범위가 더 넓다. 보장금액은 10만원 적지만, 1인실 외 다인실에 입원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월 보험료는 3만원 안팎이다. 일반 고객 입장에선 금전적 부담 없이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반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더 커졌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받는 보험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기준 8세 이상 1인실 본인부담금은 46만원이다. 2인실은 10만원, 3인실은 6만원, 4인실은 4만원, 5인실은 2만원 수준이다. 1인실을 제외하면 입원 하루당 수십만원 안팎의 초과이익이 발생한다. 입원비가 보장되는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추가 보장을 받을 수 있고, 다른 보험과의 중복보장도 가능해 초과이익은 더 커진다.
더구나 한화생명은 이 상품을 오는 29일까지만 판매하는 '절판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보장 한도가 곧 축소될 예정이니 가입을 서두르라고 권유하는 방식이다. 금융 당국에서 상품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도 자체적으로 판매 기간을 정해 '떴다방' 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절판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상급종합병원 입원일당 경쟁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처음 시작됐다. 삼성화재가 1인실 보장 한도를 60만원으로 상향하자 DB손해보험·현대해상도 한도를 60만원으로 올렸고, 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도 55만원으로 높였다.
이후 금융 당국이 과열 경쟁 자제를 당부했지만, 삼성생명이 생명보험업계에선 처음으로 입원일당 상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을 이어나갔다. 삼성생명은 종합병원 이상 1인실 20만원, 상급종합병원 1인실 34만원 등 총 54만원을 보장하도록 설계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입원일당 경쟁이 생명보험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에선 한 회사가 특정 상품의 보장을 강화하거나 신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면, 나머지 보험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은 경우가 많다.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입원) 첫날부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1일 초과분부터 제공하고, 갱신형이라는 점에 있어서 기존 상품과 차이가 있다"며 "시장에서 입원일당이 올라간 상황이라 고객들의 선택을 위해 판매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