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KDB생명보험 본사. /KDB생명 제공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자본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KDB생명의 2000억원대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위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의 재매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데다 시장 안정을 위해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계속해 매각에 실패하고 있는 KDB생명에 이미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터라 자금 지원이 거듭 이뤄지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 KDB생명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190억원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위한 자본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KDB생명은 6월과 10월 각각 990억원, 1200억원 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를 가지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이다.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조성한 KDB칸서스밸류PEF 등을 통해 KDB생명의 지분 92.7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은 자본조달 방안으로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KDB생명 후순위채 상환을 위한 논의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또한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예정된 후순위채 상차환은 실시할 예정이다"라며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은 대주주와 협의 중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했다.

KDB산업은행 전경. /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KDB생명에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다섯 번째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에 이미 투입한 금액이 1조3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재무적 지원을 중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KDB생명의 재무구조가 이전보다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매물로 내놔도 회사를 사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 KDB생명이 자금 조달 문제로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할 수 없게 되면 지난 2022년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사태처럼 채권시장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 상환을 위해 산업은행의 유상증자와 KDB생명의 신규 후순위채 발행이 이뤄진 것처럼 올해도 유사한 방안으로 KDB생명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DB생명은 지난해 5월 216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6월 후순위채를 발행해 900억원을 조달했다. 또, 9월에는 12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산업은행 역시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자 지난해 8월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KDB생명의 자본확충을 도왔다.

다만, KDB생명이 지난해 9월에는 산업은행의 보증 없이 12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찍어냈지만, 올해는 산업은행의 보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하나금융지주의 높은 신용도를 기대한 투자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된 이후인 만큼 KDB생명이 자체 신용도에만 의존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