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점유율이 최근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유지해 온 수수료 무료 정책을 끝내자, 이용자들이 다시 1위 거래소인 업비트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15일 가상자산 통계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빗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6억5271만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2.8%를 기록했다. 지난달 점유율은 40%를 넘었지만, 이달 5일부터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한 후 불과 1주일 만에 점유율이 다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업비트의 점유율은 73.6%에 달했다. 코인원이 2.2%로 3위를 차지했고, 코빗과 고팍스의 점유율은 모두 1%에 미치지 못했다.

빗썸은 지난해 10월 4일 거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1위를 독주하던 업비트와의 점유율 차이를 좁히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업비트의 점유율은 90% 수준까지 오른 반면, 빗썸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수수료 무료화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때맞춰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열기도 살아나면서, 빗썸의 거래량은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게임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가상자산 위믹스를 다시 상장한 점도 효과를 봤다. 위믹스는 지난 2022년 12월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점이 문제가 돼 5대 원화마켓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로부터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지만, 빗썸은 1년이 지난 직후 위믹스에 대한 거래 지원을 재개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빗썸의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반등한 반면, 국내 시장을 독주하던 업비트의 점유율은 60% 밑으로 떨어졌다.

빗썸은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후 지난 5일부터 수수료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업계 최저 수준인 0.0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빗썸은 수수료 무료화 전에는 유료 쿠폰의 구입 여부에 따라 0.04~0.25%의 수수료를 부과했었다.

지난 4개월간 증가한 이용자들을 계속 붙잡기 위해 수수료 부담을 낮췄지만, 1주일 만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점유율이 다시 하락한 셈이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뉴스1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0.0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업비트와 큰 차이가 없다"라며 "이용자들이 기능과 편의성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업비트로 다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에서 최저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거래량이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은 수수료 부과를 재개하면서, 이용자들이 0.04%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려면 쿠폰 코드에 등록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쿠폰의 유효 기간은 발급일 후 30일이며, 이후 재등록을 해야 한다. 매달 쿠폰에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보다 0.01%포인트 높은 수수료를 내고 업비트에서 거래를 하려는 이용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수수료 무료화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거래량과 수익을 늘릴 만한 적정 수준의 수수료를 정하는 데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