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각사 제공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9조원에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PF 관련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도 불사하겠다"라고 경고장을 날리며 연일 금융 당국에서 부동산 PF 부실 대비를 압박하자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이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에만 쌓은 충당금이 3조원을 넘어간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8조993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KB금융지주 3조1464억원 ▲신한금융지주 2조2512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714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8810억원으로 대부분 조(兆) 단위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2022년(5조2079억원)보다 71.4% 늘어났다.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대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해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결산할 때 손실로 계산되기 때문에 은행 재무건전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금융지주들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착수한 태영건설 관련 대손충당금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KB금융 1200억원 ▲신한금융 548억원 ▲하나금융 822억원 ▲우리금융 960억원을 적립했다.

그래픽=손민균

4대 금융지주가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데는 최근 부동산 PF 사업장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돌입을 시작으로 부동산 PF발(發) 건설·부동산업권은 부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비수도권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도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를 주문하면서 금융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장을 평가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3조9290억원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는 위험에 보다 정교하기 대비하기 위해 최근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재실시했다.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업성 평가를 진행해 사업장의 담보가치, 청산될 경우 회수 가능 금액 등을 재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성 평가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늘어났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조4463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적립액의 38.6%를 차지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부동산 PF 채권에 대한 평가를 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가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는 배경에는 금융 당국이 있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고 예상되는 부실에는 적극 대응하라고 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PF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라며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대손충당금은 지난해만큼 보수적으로 적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으로도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을 워낙 보수적으로 한 만큼 올해는 지난해와 같이 대손충당금 적립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