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비이자이익을 50% 넘게 늘렸다. 정부의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해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한 덕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총 10조518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6조8391억원)과 비교해 53.8%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펀드·신탁·방카슈랑스 등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이익과 주식·채권 등의 투자 이익으로 구성된다.
KB금융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조87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4%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3조6735억원)이 4.5% 늘었으며, 2022년 적자를 기록했던 기타영업손익이 유가증권시장 회복과 채권금리 안정화에 따라 4139억원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거둔 비이자이익은 1조907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5.3% 늘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3조4295억원으로 1년 새 51% 증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1조1491억원에서 1조948억원으로 4.72% 줄었다. 우리금융 측은 “수수료 이익 등이 모두 탄탄하게 성장했으나, 상생 금융 지원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라며 “이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2640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수준이다”라고 했다.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을 핵심으로 하는 상생 금융 지원금을 제외하면 금융지주들의 비이자이익은 더 늘어난다.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상생 지원금 3330억원을 반영했으며, 신한금융은 2939억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2041억원, 1694억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회계 처리했다. 이 비용이 제외될 경우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총 1조원가량 증가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자이익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수수료 이익 등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라고 했다. 그는 “비이자이익 중 투자 이익은 금리, 환율 등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면 수수료 이익은 영업력에 좌우된다”라며 “수수료 이익이 금융지주 모두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의 수수료 이익이 1년 새 가장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거둔 수수료 이익은 2조6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이어 하나금융(5.4%), KB금융(4.5%), 우리금융(0.6%) 순이다.
그러나 올해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여파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ELS 판매를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은행 비이자이익에서 ELS 관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A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비이자이익에서 ELS 수수료 이익이 5.7%를 차지했다. 금융 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할 경우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상장지수펀드(ETF) 등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이익이 큰데 이를 팔 수 없게 되면 비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