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케이뱅크가 후발주자 카카오뱅크에게 밀린 것은 물론, 막내 토스뱅크에도 쫓기는 처지다. 제4인뱅 출범도 가시권에 들어와 험난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한 차례 무산된 상장이 올 상반기엔 가능할지 숨이 턱턱 막히는 2024년을 맞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 막내인 토스뱅크의 선전으로 케이뱅크의 2위 수성도 불투명해졌다. 케이뱅크보다 4년 늦게 출범한 토스뱅크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고객수 9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기준 케이뱅크의 누적 고객수 953만명과 불과 50만명 차이다. 카카오뱅크 고객수는 2300만명으로 격차가 크다.
이미 수신 잔액 면에서는 지난해 말 토스뱅크가 케이뱅크를 앞질렀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9조1000억원. 카카오뱅크가 37조1000억원 앞서있고, 토스뱅크가 23조6000억원으로 그 다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토스뱅크의 2위 굳히기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마케팅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외화통장 출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토스뱅크과 달리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 흥행 이후 딱히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출범 이후 4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던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로 전기를 맞았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맺으면서 200만명 수준이던 고객이 한 해동안 700만명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후 지체된 모습이다.
실적도 나홀로 역주행이다. 토스뱅크가 지난 3분기 8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출범 2년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 순이익은 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 3분기 순이익이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감소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자이익이 11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7% 늘어났지만, 3분기에만 63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자본 이슈를 거론한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3분기 13.91%를 기록, 전년 14.51%에 비해 떨어졌다.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30%대를 넘나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한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본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며 “케이뱅크의 경우, BIS자기자본비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이는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몸푸는 제4인뱅…케뱅 존재감 위협
최근 ‘제4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겠다고 한 소소뱅크, 삼쩜삼뱅크의 도전도 만만찮다. 이들이 공식 출범할 경우 시장파이가 쪼개지면서 케이뱅크의 지위가 더 위태로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세금 신고를 도와주는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IT 업체 자비스앤빌런즈는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가칭은 ‘삼쩜삼 뱅크’다. 삼쩜삼의 누적 가입자 수는 작년 10월 기준 1800만명에 달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은행을 표방한 ‘소소뱅크’도 출범을 준비 중이다. 지역별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된 ‘소소뱅크 설립 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금융위에 예비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등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인뱅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상품이나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케이뱅크로서는 넘어야할 관문이 적지 않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2월 상장을 추진했다가 한 차례 철회했다. 올 1월 중순 이사회를 열어 IPO안건을 통과 시켰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상반기는 어렵다는게 자체 진단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장 추진과 관련 “지난주에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고, 2월 초 제안서를 받고 2월 중에 주관사단 선정 예정”이라며 “상반기 내에는 현실적으로 (상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케이뱅크는 지난 3일 수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새 은행장인 최우형 전 BNK금융지주 전무는 금융과 IT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최우형 신임 행장은 1966년생으로 지난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액센츄어컨설팅, 삼성SDS, 한국IBM 등을 거쳤다. 지난 2018년부터 BNK경남은행 디지털·IT 그룹장, 디지털금융본부장을 역임, 지난 2021년엔 BNK금융지주에서 그룹 D-IT부문장을 지냈다.
BNK금융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의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고 로봇업무자동화(RPA)를 적용하는 등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고, 9년간 하나은행에 근무한 경력이 선임 배경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통신 공룡인 KT가 사실상 주요주주인 케이뱅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며 독보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IT조선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