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사잇돌대출’ 연간 목표치를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원금을 보증해 주는 정책금융 성격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근로자(연소득 1500만원 이상), 사업자(연소득 1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연간 수령액 1000만원 이상)에게 연 6~10% 금리로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사실상 제1금융권의 대출이 불가능한 4~10등급의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이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해 공급한 사잇돌대출은 99억4000만원으로 금융 당국에 제시한 총 목표액(221억원)의 44.9%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30억원으로 목표치의 45.6%(13억7000만원)를 공급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연간 목표 공급액이 각각 73억원, 45억원으로 목표치의 42.4%(31억원), 43.1%(19억4000만원)에 그쳤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연간 목표 공급액이 각각 68억원, 5억원으로 목표치의 46.7%(31억8000만원), 70%(3억5000만원)를 채웠다.

지난해 은행권 사잇돌대출 공급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했다. 5대 은행이 지난해 1분기 공급한 사잇돌대출 취급액은 31억2100만원이었다. 이후 2분기 27억2800만원, 3분기 22억4000만원으로 20억대를 보이다가 4분기 18억5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기존 대출 자산 부실이 커지자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잇돌대출을 비롯한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중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연간 목표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3조1119억원으로 금융 당국에 제시한 목표치(1조38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은행별로 지난해 기준 공급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1조1125억원으로 가장 많은 공급이 이루어졌다. 이어 ▲하나은행 6862억원 ▲NH농협 5476억원 ▲우리 4847억원 ▲신한 2807억원 순이었다.

일러스트=이은현

민간 중금리대출은 사잇돌대출에 비해 대출 종류가 많고 금리 경쟁력이 높아 은행권 목표 달성이 수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사가 신용평점 하위 50%인 차주(돈 빌리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 금리 이하를 자체 신용으로 공급하는 상품이다. 보증부 신용대출인 사잇돌대출과 달리 비보증부 신용대출인 민간 중금리대출은 같은 신용점수라도 사잇돌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분기에 취급한 사잇돌대출의 신용점수 구간별 평균 대출금리는 ▲701~800점 9.14% ▲601~700점 8.9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민간 중금리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701~800점 6.06% ▲601~700점 6.49%였다. 사잇돌대출이 민간 중금리대출보다 구간별 각각 3.08%포인트, 2.42포인트 금리가 높았다.

사잇돌대출은 신용점수 요건이 강화된 이후 수요와 공급이 줄어들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22년 사잇돌대출 공급액 70%를 신용점수 하위 30% 이하 차주로 채우게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사잇돌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1~3등급 고신용자였는데, 고신용자의 사잇돌대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시중은행 역시 해당 규제 이후 SGI서울보증의 보증서 승인율이 낮아지면서 사잇돌대출 취급이 줄어들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금융상품 취급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또 신용점수 하위 30% 이하 차주의 경우 새희망홀씨 등 다른 상생금융상품들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잇돌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