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체계를 투명하게 개선한다. 그동안 대출을 중도에 갚을 때 실제 드는 비용을 반영하는 대신 획일적이고 불합리한 기준으로 책정됐던 2금융권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주재로 제1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주요 개선과제별 제도개선 방안 등 필요 조치를 심의하고, 개선방안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구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김경렬 케이파트너스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다양한 외부위원이 참여한다.
이날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는 제2금융권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금융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전사, 보험회사 등 2금융권은 대출 중도상환 발생 시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기회비용, 대출 취급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해 0.5%~2.0%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모바일 대출도 영업점 대출과 동일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근저당권설정비가 발생하지 않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담보대출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하게 수수료를 산정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관행이 소비자가 대출을 중도상환하거나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갈아타기할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앞서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체계를 합리화한 은행권처럼 수수료 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실제 발생 비용만을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시 반영할 수 있도록 대출 취급채널(대면·비대면), 담보여부(신용·담보), 금리유형(변동·고정금리) 등에 따른 차이를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대출모집·계약 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고 수수료 부과·면제 현황, 산정기준 등을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보험 승환계약(갈아타기)으로 인해 발생하는 계약자의 피해 구제와 보험사-금융소비자 간 합의 하에 체결되는 화해계약의 불공정한 운영 관행도 공정금융을 위한 개선 과제로 이름을 올렸다. 승환계약은 동일한 보험회사에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비슷한 상품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는 승환계약 시 부담보 기간(보장 제한기간)을 불합리하게 확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2017년부터 작년 5월까지 생・손보사의 부담보 특약이 부가된 자사 승환계약을 점검한 결과, 부담보 기간이 불합리하게 확대된 계약은 약 3만2000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 승환계약 전수 조사를 통해 부담보 기간을 축소하고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보험 화해계약 체결 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문구 기재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가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화해계약서에 화해의 효력에 대한 안내 문구를 반영하고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문구를 기재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동일 은행에 복수의 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원리금 상환을 위한 자동이체 출금 시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연체정보가 등록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어 대출원리금 자동이체 출금 처리 순서를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또, 강압이나 사기로 인해 의사에 반해 대출을 받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채권추심을 완화해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개선 과제에 대해서는 금융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김미영 소보처장은 “그간 당연하게 여겨온 금융거래 관행을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재검토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 개선 과제가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 보고해 주기 바라며,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숨어있는 불공정한 금융관행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