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뉴스1

삼성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법인보험대리점(GA) 시책 600%를 걸었다. 시책은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영업비다. 시책이 600%면 보험상품 가입자가 내는 첫 번째 보험료의 6배를 설계사가 가져간다는 의미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만기 또는 7년 만기 이후에도 10년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30% 이상 해지환급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신규가입자가 최근 크게 늘면서 생명보험사가 앞다퉈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나 보험사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부터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에 2차 연도(13차월) 80%를 포함해 총 시책 600%를 내걸었다. 금융 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절판 마케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던 지난해 8월 400%보다 200%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500% 수준이었다.

현재까지 모든 채널을 통틀어 단기납 종신보험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도 삼성생명이다. 판매량 중 대부분은 GA이 아닌 삼성생명 전속조직에서 나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1월 영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한화생명과 (판매량 실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라고 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논란이 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10년 시점 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높일 때 삼성생명은 120%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시책을 높였다. 환급률 경쟁보단 시책 드라이브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율을 높였다. 한화·교보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 시책은 400~500% 수준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8월 컨퍼런스 콜에서 자사 포트폴리오에 단기납 종신보험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단기납 종신보험보다 일반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에서 발을 빼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보험계약마진(CSM) 때문으로 해석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통상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판매가 실적에 더 유리하다. 영업 현장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이 절찬리에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탓에 일정 수준 이상의 CSM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사옥. /한화생명 제공

특히 보험업계 2위로 국내 최대 규모의 GA를 등에 업은 한화생명 추격이 불러온 위기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6월 GA에서 235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삼성생명 GA(209억원) 매출을 앞질렀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한 뒤 피플라이프 등을 흡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최근까지도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며 경력직 설계사를 영입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1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삼성생명은 전속조직이 강해 GA를 다소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한화생명이 따라오면서 GA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단기납 종신보험보다 건강보험 상품이 장래 회사에 가져다줄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방침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