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로 성장한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대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카카오뱅크의 전체 여신 중 2%대를 차지하며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대출을 출시하며 ‘3년 이내 은행권 1등’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7833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여신 중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전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토스뱅크의 경우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1조7915억원으로 토스뱅크의 전체 여신 중 16.0%를 차지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각 은행의 전체 여신 중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은 19.8%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11월 개인사업자대출을 출시했다. 당시 개인사업자대출 담당자는 개인사업자대출 목표에 대해 “3년 이내 은행권과 플랫폼을 포괄해 가장 많은 사업자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카카오뱅크는 단기적으로는 전체 연간 여신 규모 확장분의 절반, 즉 30%에서 50%를 기업 대출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중 가장 많은 사업자를 보유하려면 대출 잔액이 성장해야 하는데 지난해 3분기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4대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평균 잔액(66조5536억원)과 84배 가까이 차이 난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도 4만건에 불과해 4대 은행 평균 대출 건수(59만8000)와 15배 차이를, 토스뱅크(9만건)와도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격차가 큰 상황에서 오는 2025년 10월까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사업자 고객을 보유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전체 여신 증가분의 30~50% 이상을 기업대출로 채우기 위해서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고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개인사업자대출만이 기업대출을 구성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만 크게 약진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36조2785억원으로 전년 동기(27조4616억원) 대비 8조8169억원 증가했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빠른 성장세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12조808억원, 9조3962억원으로 각각 2조3326억원, 3조2349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3분기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9조8673억원으로 1년 새 7조2468억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의 가계여신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3.6%로 전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4대 은행의 경우 각 사의 가계여신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값은 31.5%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제공해 주담대 고객을 늘려왔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인건비와 점포 임차료 등 운영비를 낮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2022년 2월 주담대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시중은행을 이용하다가 이후 카카오뱅크로 갈아탄 고객이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경기침체가 지속하자 개인사업자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공격적인 확대에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며 개인사업자대출 금리가 치솟자 부실위험이 커졌다. 금융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를 부실을 키울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자본력이 낮은 개인사업자들의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증가분을 비교해 보면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최대폭 성장하고 있다”며 “은행권 최초 100% 비대면화 보증서대출을 출시하는 등 개인사업자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좋은 반응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