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인프라' 대상에 아파트 주탁담보대출이 추가된 지난 9일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앞에서 구동한 대출 비교 플랫폼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뱅크에서 연 3% 후반대의 금리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30대 직장인 A씨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플랫폼 조회 결과 다른 은행의 대환대출 금리가 4%로 나오면서 현재 대출의 금리보다 높게 나왔다. 카카오뱅크가 대환대출 플랫폼에 선보인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어도 자행 대환은 불가능해 A씨는 현재 대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금리 부담을 좀더 낮춰보고자 했으나, 같은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환은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타행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옮기지 못하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적용한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주담대 고객 쟁탈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등의 이유로 기존 주담대를 유지해야 하는 차주들은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가 있지만,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가 있는 대출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금리를 인하하는 게 쉽지 않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환을 시도한 기존 주담대 고객에게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 등을 제안하며 기존 고객의 이동을 방어하고 나섰지만, 적용 대상이 한정돼 기존 고객의 혜택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 소비자의 금리 부담 완화라는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지에 맞게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아파트 주담대 대환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추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서비스 개시 이후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주담대 대환 신청 규모가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차주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자 부담을 경감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부 차주들을 중심으로 타행으로 대환대출을 할 수 없어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현재 대출을 실행한 은행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탑재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장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는 자행 대출 대환은 불가능하다. 40대 직장인 B씨는 “같은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다”라며 “타행의 경우 조회해 보니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더하면 큰 이익은 아닐 것 같아서 현재 대출을 계속 갚기로 했다”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이러한 차주들은 자체적인 금리 인하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차주가 승진이나 연봉 인상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돼 은행에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가 있지만, 아파트 주담대의 경우 신용보다는 담보를 중점적으로 보는 대출이어서 이를 통한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담보가 있는 대출이라 신용도의 영향이 크지 않아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한 금리 인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환대출을 통해 주담대를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려는 차주를 대상으로 전화나 문자를 통해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고지를 하거나, 자체적인 금리 인하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환을 방어하고 있다. 이들 차주의 경우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도 연 3% 초중반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은행에서 이러한 제안을 해 실제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많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를 제시했지만 고객이 이를 수용해 대환을 하지 않는 경우가 아직 집계되진 않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국민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취지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의 서비스 범위와 규모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민생금융 분야 토론에서도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범위와 규모 등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는 참석자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금융 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의 불편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플랫폼에 들어오는 은행과 상품을 더 넓히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라면서 “같은 은행 안에서 움직이는 건 (은행의 경쟁 촉진 측면의) 정확한 의미로는 대출 갈아타기는 아니지만, 금리 인하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실무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을 부분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