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최근 중소보험사들이 미니보험 상품 출시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정 고객군을 겨냥해 만든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대형 보험사 위주 시장에서 자생력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나온 배경엔 자사만의 미니보험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구축하겠다는 각 사 수장들의 강한 의지도 담겨있다.

보험업계에서 대표급의 인사가 앞장서 상품 기획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거대화된 보험사 조직은 상품 기획과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전문 분야별 부서가 나뉘어져 있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소형 보험사 위주로 대표가 나서 특색 있는 상품 개발에 나서거나 생활밀착형 미니보험 출시 의지를 드러내는 경향이 나타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형 생명·손해보험사들은 미니보험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일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로 난소기능검사 지원과 난자동결 보존 시술 시 우대 혜택을 포함한다.

한화손해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나채범 대표 취임 후 해당 상품 기획이 시작됐다. 나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사회변화상에 맞춰 여성 특화보험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여성 특화 연구소 라이프플러스 펨테크(Femtech) 연구소를 설립했고 한 달 뒤인 7월엔 여성 전용 건강보험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 인기에 힘입어 다시금 여성 전용 상품을 선보이며 한화손해보험은 친(親)여성 보험사 이미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달 21일 ‘라플 365 미니보험’을 공개했다. 이는 현대인이 많이 앓는 질환인 대상포진과 통풍 등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이다. 이 상품은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상품 개발 단계에서 김 대표가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바이오 기업 근무 이력을 기획·마케팅에 활용하자며 아이디어를 냈다는 전언이다.

중소보험사 수장들이 특정 콘셉트를 부각한 생활밀착형 보험을 출시하는 이유는 미니보험 판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주요 상품에선 쟁쟁한 대형 보험사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그러나 미니보험 시장에선 실속형 보장을 갖추고 특색을 살린 마케팅을 내세운 중소보험사들도 약진을 펼치는 중이다.

한 예로 롯데손해보험에서 운영 중인 생활밀착형 보험 플랫폼 앨리스는 출시 4개월 만에 플랫폼을 통한 상품 계약이 2만5000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플랫폼을 찾은 누적 유입자 수도 130만명가량이다.

회사 대표 상품이 없다는 고민도 중소보험사들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을 시도하게 한다. 한 중소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들 머릿속에 대형사들은 대표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며 “회사와 특정 키워드를 연결 지으려는 노력의 하나로 생활밀착형 보험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소보험사 경영진의 생활밀착형 미니보험 개발 의지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경영진이 직접 올해 미니보험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대표적인 곳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해외여행자 보험을 출시하고 5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미니보험으로 재미를 봤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는 지난 3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다양한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보험사들이 특정 고객을 목표로 삼는 상품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연내 여러 업체에서 생활밀착형 미니보험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