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뉴스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태영건설 채권단은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의 개시를 위해서는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 충족됐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진행되는 투표 결과를 취합해 12일 오전에 정확한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자구계획으로 ▲태영건설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이 당초 자구안으로 제시했던 태영인더스트 매각 대금 중 890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채권단은 “자구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워크아웃 작업을 중단하겠다”며 책임 있게 자구안을 이행할 것으로 요구했다.

결국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또, 티와이홀딩스의 SBS미디어넷·DMC미디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존 담보대출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도 발표했다. 특히 자구계획 이행 과정에서 필요 시 대주주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까지 추가로 확약하며 채권단의 마음을 돌렸다.

그래픽=손민균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면서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사업·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채권단은 우선 회계법인을 선정해 3개월간 자산부채 실사부터 진행한다. 실사는 필요할 경우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 기간 채권단은 채권 행사를 유예한다.

채권단은 동시에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도 마련한다.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채권은행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4월 11일로 예정된 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다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한다.

이와 함께 60곳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처리 방안도 마련된다. 사업장별 대주단을 구성하고, 대주단이 사업장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결정한 뒤 다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상의해 최종적인 처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되면서 그간 우려됐던 건설업계와 금융업권 내 태영건설발(發) 위기 전이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실사 과정에서 태영그룹과 계열주가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경우 태영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금융채권 외에도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불가능해지면서 협력업체는 물론 수분양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