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 신청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전 금융권으로 퍼진 가운데 2금융권에선 캐피탈 업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업계는 기존에 주력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맥을 못 춰 부동산PF에 손을 뻗었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됐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25개 할부금융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23조2297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8년 말과 비교하면 6조원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캐피탈업계 자산 1위인 현대캐피탈의 실적을 빼면 나머지 24개 사의 성장은 더디다. 같은 기간 24개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규모는 5조5283억원에서 6조7308억원으로 성장해 1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시기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24개 캐피탈사의 규모를 넘어섰다. 성장 속도도 빨라 2018년 말 7조714억원이던 시장은 지난해 9월 말 9조8994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은 캐피탈사 자산의 15~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먹거리다. 그러나 최근 중소 캐피탈사는 해당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카드사들의 할부 이자율이 캐피탈사보다 낮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의 더 뉴 아반떼 신차를 12개월 할부로 산다고 가정했을 때 카드사의 할부 이자율은 4.6~8.5% 수준인 반면 캐피탈사의 이자율은 6.5~10.2% 수준이다.

또한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개척을 위해 판매대리점에 적극적인 영업을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사 측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카드 할부 결제를 권하고 카드사가 받는 할부 이자의 일부를 영업사원에게 수당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주요 먹거리 시장을 빼앗기자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부동산 PF와 유가증권 등 고수익·고위험 투자수단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의 대출채권 내 부동산PF 비중은 2018년 12.4%에서 지난 2022년 말 24.6%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자동차 금융 시장에 카드사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중소형 캐피탈사들이 이 기간 부동산 PF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발(發) 위기가 부동산 PF 사업장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회의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금융지주 PF 담당 임원들 및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을 모으고 부동산PF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