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의 모습. /뉴스1

태영건설(009410)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진행을 논의하다가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방식인 워크아웃을 택한 것은 SBS(034120) 지분 매각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SBS 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태영건설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자구안에도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SBS 지분 매각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의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자구 계획안을 설명한다. 태영건설은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합의 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채권자 설득에 나선다.

설명회에서는 태영건설 계열사의 매각 방안과 대주주 사재 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자구안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SBS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이 자구안에 담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TY홀딩스는 이미 워크아웃 신청 직후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이날 발표되는 자구안에도 SBS 매각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의 SBS 보유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태영건설이 자율협약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유도 SBS 지분 매각을 놓고 채권단과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태영건설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데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돌연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장 낮은 단계의 기업 구조조정 방안이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 채권 만기 연장, 추가 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자산 매각이나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 신뢰 훼손도 적은 편이다. 다만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야 진행된다.

그래픽=손민균

자율협약 논의 과정에서도 SBS 지분 매각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당시 태영건설은 1조원가량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는데, 채권단은 SBS 지분 매각 등 보다 강력한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의 의견이 갈리면서 워크아웃 신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SBS 지분 매각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채권단 100% 동의를 얻을 수 없게 되자 자율협약 대신 워크아웃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워크아웃은 회사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회사 재건협약으로 재정위기에 처한 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선택하는 재무구조개선작업이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개시된다.

채권단은 이날 태영건설이 발표하는 자구안을 토대로 오는 11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확정한다. 부결되면 워크아웃 절차가 종료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채권단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구 계획이 나오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자구안으로는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등 매각 방안,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이 거론된다. 채권단은 에코비트 지분 상당 부분이 담보로 제공돼 있어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