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10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금융사를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더 싼 이자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내년 초 출시된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대환대출 인프라 출범에 맞춰 상품을 재출시하거나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중으로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서 대출을 비교하고 갈아타는 ‘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를 기존 신용대출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로 확대할 예정이다. 원스톱 대환대출은 총 32개 금융사가 참여한 19개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 5월 31일 서비스 개시 이후 약 7개월 만인 지난 22일까지 이용액이 2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평균 금리 인하 폭은 1.6%포인트로 절감된 이자는 약 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비스가 주담대로 확대되면 수조원대 주담대 잔액이 잠재 이동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이다. 그중 주담대가 1049조1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만 690조3867억원에 달한다. 주담대 특성상 그 규모가 큰 만큼 대환대출 서비스 시행 시 은행들의 여신 잔액 변동이 커질 수 있다.

은행은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원(WON)주택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 개시에 맞춰 상품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WON주택대출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로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판매될 전용상품이라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상품을 리뉴얼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국민은행도 지난 10월 대환대출 플랫폼 진출을 위해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KB스타뱅킹을 통해 판매하던 ‘KB주택담보대출’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비대면 서비스 전문 상담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대환대출 전용 주담대 상품 ‘은행갈아타기 특별금리’와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위주로 플랫폼 진출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시중은행은 주담대 금리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낮은 주담대 금리에 고객을 상당 부분 빼앗긴 만큼 금리 차가 좁혀질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시중은행이 새로 취급한 균등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높았지만 모두 연 4%대에 머물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케이뱅크가 4.46%로 가장 낮았으며, 카카오뱅크는 4.61%로 그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연 4.65%)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국민은행(연 4.71%)과 우리은행(연 4.72%), 신한은행(연 4.78%) 순이었다. 하나은행(연 4.79%) 주담대 평균금리가 가장 높았지만 같은 기간 가장 금리가 낮았던 케이뱅크와의 차이는 0.33%포인트에 불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1%포인트 넘게 차이 났다. 지난 3월 카카오뱅크의 평균금리가 연 4.04%로 가장 낮았는데 당시 가장 평균금리가 높은 우리은행(연 5.23%)과의 차이는 1.19%포인트 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기존 주담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를 지목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환대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성장에 제동이 걸린 만큼 대환대출 플랫폼을 활용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를 하지 않은 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를 성장시킬 계획이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리 경쟁력을 강화해 대환 고객을 늘려 주담대 성장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