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에 육박하는 콕(KOK) 토큰 사기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미디움 그룹이 관계사를 동원해 수상한 지분교환 및 주가 띄우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미디움 계열사들이 관계사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서로의 지분을 사들인 뒤 호재처럼 꾸며 주가를 띄우고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관계사들의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비유테크놀러지는 지난 7일 사모 방식으로 9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비유테크놀러지의 전환사채를 매입한 곳은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다. 제이에스벨류파트너스는 현금 대신 자사가 보유한 유토피아게임즈(옛 미디움게임즈)의 주식 90억원어치를 납입하며 비유테크놀러지의 CB를 사들였다.
◇ 미디움 관계사끼리 관계사 지분 교환 후 홍보 이용
석연치 않은 지점은 비유테크놀러지,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 유토피아게임즈 모두 블록체인 업체 미디움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콕 토큰이 쓰이는 플랫폼(콕플레이) 운영사 미디움은 4조원대의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현재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서울 강남경찰서, 울산지검 등의 수사를 받고 있다.
비유테크놀러지에 따르면 콕 사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미디움은 기존 사명으로 신사업에 손대는 데 애를 먹게 된다. 새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기업을 물색했고 이때 선택된 회사가 비유테크놀러지다. 미디움은 올해 초부터 비유테크놀러지의 경영권을 장악해 개발·사업 분야 인력을 비유테크놀러지에 내려보냈다.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는 과거 미디움 그룹 사옥에 입주해 있었으며 등기상 대표와 달리 실소유주는 백모(47)씨로 알려져 있다. 백씨는 미디움 그룹 지주사 케이비제이홀딩스(옛 미디움홀딩스)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유토피아게임즈 역시 미디움 그룹에 속한 기업으로 케이비제이홀딩스가 유토피아게임즈의 지분 68.60%를 가지고 있다.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의 백씨가 유토피아게임즈의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과거 미디움 대표이자 콕 토큰 사건 주요 피의자인 김모(48)씨가 한때 유토피아게임즈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비유테크놀러지는 CB 발행 및 유토피아게임즈 주식 맞교환 이후인 지난 18일 관련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보도자료엔 비유테크놀러지가 유토피아게임즈 지분 확보를 발판 삼아 소셜 카지노 게임 사업에 진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비유테크놀러지와 유토피아게임즈 양사가 미디움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보도자료에 밝히지 않았다. 보도자료 배포 후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비유테크놀러지의 주가는 30%, 29.86% 올랐다.
◇ 인위적인 호재 만들기 정황…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 충분”
가상자산업계에선 일련의 지분 거래가 비유테크놀러지의 상장 폐지를 막고 미디움 관계사끼리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CB 납입이 미뤄져 비유테크놀러지가 한국거래소로부터 벌점을 받는 상황을 막고자 급하게 관계사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비유테크놀러지는 올해 미디움의 블록체인 사업을 떠안으며 120억원가량을 지불했다. 이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진 상황에서 지난 5월 17일 최초로 CB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그러나 올해 12월 초까지 CB를 발행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대규모 CB 발행 취소에 대해 벌점을 부과한다. 벌점을 15점 이상 받은 기업은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비유테크놀러지는 이미 6월에 불성실공시를 이유로 벌점 5점을 받았다. 비유테크놀러지가 상장폐지된다면 상장사를 앞세워 사업을 이어가려던 미디움의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아울러 CB 발행 이후 보도자료 홍보를 통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높이고 미디움 관계자들이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유테크놀러지의 주가가 2거래일 연속 30% 수준으로 오르면서 가장 큰 미실현 이익이 발생한 곳은 비유테크놀러지의 대주주인 피데스홀딩스다. 피데스홀딩스는 미디움이 비유테크놀러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일각에선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가 상장사인 비유테크놀러지의 CB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본시장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상장사의 CB를 저축은행에 맡기면 가치의 60%가량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며 “비유테크놀러지의 90억원 CB를 담보로 54억원의 현금 대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화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당장 매출이 없다시피 한 회사 간 지분 교환으로 현금을 만들고 다시금 미디움 주머니로 챙기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디움의 비유테크놀러지 인수에서 이번 CB 발행까지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검찰 출신인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미디움이 비유테크놀러지를 인수한 후 120억원을 받아내며 사업을 떠안긴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유테크놀러지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유토피아게임즈 주식으로 CB를 인수했다면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 대해 부정한 수단을 쓴 것으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디센트의 홍푸른 대표변호사는 “CB 모집 후 허위의 호재뉴스로 주가를 띄우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 변호사는 “비유테크놀러지는 과거 피데스홀딩스에 CB를 발행해 내년 1월쯤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한 상태서 최근 호재를 발표했다”며 “두 시기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유테크놀러지 관계자는 미디움 관계사 간 CB 발행 및 지분 거래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쳤다”며 “관계사 간 투자나 거래가 불법이 아니란 점을 사전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는 제이에스밸류파트너스 측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