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올 한해 크립토윈터라고 불릴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범죄로 인한 피해규모도 감소했다. 약세장 속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 이를 범죄에 활용하려는 동기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비트코인은 물론 알트코인(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코인)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다시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활기를 띨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6일 경찰청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경찰이 파악한 가상자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규모는 3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조192억원) 및 2021년(3조1282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꺾인 수치다.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기 전에 범죄로 얻은 가상자산을 몰수하거나 추징보전한 건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27건에 14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36건에 1743억원이었는데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인용 금액만 따지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가상자산 범죄 피해규모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전반적인 약세장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비슷한 시점에 시작된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은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자금 유동성이 빠르게 굳었고 거래량이 줄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2022년 초 5만달러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알트코인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기준 가상자산 시총 4위인 솔라나는 지난해 초 170달러 수준이었으나 한때 10달러 아래로 가격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처럼 투자자산으로서 가상자산의 매력이 떨어지자 사기 아이템으로서의 인기도 시들해진 것이다.

아울러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도 가상자산 관련 사기를 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부터 적용된 특금법상 트래블룰은 100만원어치 가상자산을 송수신하는 이들의 신원정보를 가상자산거래소가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는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신설해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 문턱을 높였다.

다만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일반 투자자 관심이 몰리면서 관련 범죄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경찰은 사기 피해 예방은 물론 의도치 않게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홍윤기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제수사팀장은 “코인 가격이 오른다며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행위(투자리딩방)나 코인 판매 실적에 따라 각종 수당을 지급해 사람을 모으게 하는 행위(다단계)는 가담한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의원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올해 7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아직 안전한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단순 규제를 넘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진흥을 모두 이루는 입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