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방문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과 만나 가상자산시장의 현황을 공유하고 감독 정책의 방향성을 고민할 계획이다.

1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다음 달 중순 이후 SEC에 방문해 겐슬러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 관계자는 “국경이 없는 가상자산은 각국의 규제 공조가 중요한 만큼 미국 SEC를 방문해 이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출장은 가상자산시장의 관리·감독에 관한 논의가 주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경험이 많지 않다. 가상자산법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하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 자산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등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규제에 대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의 규제 체계 선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SEC를 방문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의 방법을 엿본 뒤 금감원의 역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가상자산시장 관리·감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신설했다. 새로운 조직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감독·검사, 시장 모니터링 및 제도개선, 불공정거래 조사 등을 통해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로고. /연합뉴스

특히 미국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여부가 중요해졌다. 가상자산법이 비증권형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증권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가상자산법과 자본시장법 중 적용되는 법률과 규제가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기준 정립이 미흡한 상태다.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인 ‘하우이 기준(Howey Test)’에 따라 증권성 개념을 정립하고,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했고 해당 돈이 발행사의 사업에 투입되거나 이익을 기대했는지 여부로 증권성을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SEC는 주요 거래소에서 대중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을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취급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내년 하반기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이번 출장을 통해 사전에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