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인디아 블록체인 위크(IBW) 2023 행사 중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의 6%가 인도 출신이에요. 인도가 한 해 정보기술(IT) 관련으로 만들어내는 수출액은 200조원에 가깝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파는 것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인도가 블록체인 시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인 이유죠."

지난 6일(현지시각) 인도에서 만난 이탁근(37) 해시드이머전트(Hashed Emegent)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가쁘게 달려가는 인디아 블록체인 위크(IBW) 2023 메인 행사를 지휘하던 도중 잠시 숨을 돌린 그의 얼굴은 뿌듯함과 벅참으로 상기돼 있었다.

해시드이머전트는 벤처캐피털(VC) 해시드가 세운 자회사다. 모회사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및 웹3 기업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법인 등기를 마쳤으며 15명의 조직원이 인도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초 1호 펀드를 조성했고 국내외 굵직한 IT 기업의 투자금을 모아 역량 있는 스타트업 28곳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중이다.

해시드이머전트는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IBW 2023을 개최했다. 34곳의 기업이 후원사 자격으로 행사 준비 과정에 함께 했다. 온오프라인으로 강연에 나선 연사만 124명에 달한다. 23곳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현장에서 부스를 꾸리고 관람객을 맞이했으며 이틀 동안 IBW 2023을 찾은 전체 참가자는 2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인도에는 단일 기업의 행사만 있었을 뿐, 여러 블록체인 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콘퍼런스는 없었다. 해시드이머전트는 현지 기업들조차 시도하지 않은 대규모 행사 개최에 도전한 것이다. 자칫 무모할 수 있는 도전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인도엔 우수한 개발 인력과 스타트업이 무수히 많지만 이들을 한곳에 모으는 자리가 없었다"며 "인도 블록체인 산업의 모든 관계자를 한데 모아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인도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인디아 블록체인 위크(IBW) 2023 행사장 모습. /김태호 기자

―첫날에만 1300명이 넘는 인원이 행사장을 찾는 등 IBW 2023이 순조롭게 막을 열었다. 주최 기업 대표로서 소감이 어떤가.

"메인 행사 외에 열리는 부가 행사 수, 확정된 연사 수, 행사 입장권 판매 수 등을 보고선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틀간 열리는 콘퍼런스에는 2000여명, 이외에 행사 전체 주간으론 5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꽉 채울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는데 많은 이들이 모인 모습을 보니 해시드이머전트 조직원 모두가 뿌듯해하고 있다."

―IBW 2023을 처음 구상한 시점이 궁금하다.

"해시드는 매년 한국에서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를 열고 있다. 나 또한 해시드이머전트 인원들과 매해 KBW에 참여한다. KBW를 경험할 때마다 조직원들이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왜 인도엔 KBW 같은 이벤트가 없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침 올해 세계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이 닥쳤다. 불마켓(강세장)에서는 투자하느라 바빠서 행사 개최는 꿈도 못 꾼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원들과 의논해 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KBW 참여가 IBW 기획으로 이어진 셈인데 어떠한 이유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인가.

"블록체인 관련 뉴스는 대부분이 가상자산 가격에 대한 소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블록체인의 전망은 어둡다'거나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업계는 휘청인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 현장에 오면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띤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에너지를 경험해 보면 블록체인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이러한 힘찬 에너지를 해시드이머전트 조직원들은 물론 인도 전역의 블록체인 관계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인도에서 열린 행사 중 여러 블록체인·웹3 기업을 아우르는 이벤트는 IBW 2023이 처음이다. 첫 시도인 만큼 난관도 있었을 것 같다.

"해시드 그룹은 도메인(조직이 외부환경과 관련을 갖는 영역) 관점에서 봤을 때 게임 분야에 강하다. 실제로 포트폴리오에 여러 게임사가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한국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발달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처음엔 게임 체험을 제공하는 부스 위주로 설치해 행사를 꾸리고자 생각했다. 막상 기획단계에서 파트너 기업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데모데이(사전행사)나 해커톤(프로그램 개발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인도는 개발 중심의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행사 개최 3개월을 앞두고 급하게 IBW 2023의 성격을 전면 수정했다. 행사의 성격 수립은 행사의 성공 여부가 달린 중요한 단계이기에 파트너사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인디아 블록체인 위크(IBW) 2023 행사 중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해시드이머전트는 인도를 주요 투자처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웹3 산업에서 인도의 매력은 무엇인가.

"웹3는 코드 위에 돌아가는 세상이다. 전 세계에서 코드를 만드는 개발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다. 매년 인도에서 150만명의 개발자가 배출된다. 지난 6년간 인도의 블록체인 개발자 수는 200%가량 늘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다. 연간 인도의 IT 수출 규모는 1470억달러(약 192조원) 수준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액보다 큰 규모다. 또한 인도인이 영어권 기반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오전 콘퍼런스 강연에 나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도 문화가 블록체인과 웹3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발표에서 농담으로 인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카레에만 15가지 향신료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도의 다양성은 기업 거버넌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별 기업 안을 살펴보면 아랫사람이 위에 자기 아이디어를 어렵지 않게 주장하는 조직문화가 있다. 블록체인·웹3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상상과 끈기 있는 자생력이다. 유연함으로 무장한 인도인은 새로운 기술과 금융 시장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초 1호 펀드를 조성해 현재 자금을 모집 중이다.

"펀드의 최종 목표 금액은 3500만달러다. 일찌감치 2000만달러를 모았고 내년 중 펀드를 클로징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엔 총 28개의 기업이 있고 가장 최근인 올해 3분기에 1개 기업이 추가됐다. 펀드의 타깃은 크게 4개로 분류된다. ▲프라이머리(Primary) ▲세컨더리(Secondary) ▲전략투자 ▲기회투자. 프라이머리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창업자가 이머징마켓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가 대상이다. 세컨더리엔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이머징마켓 창업자들이 포함된다. 기회투자는 프라이머리·세컨더리·전략투자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 중 프라이머리 대표사로는 인도 기반 게임사인 글립(Glip)이 있고 세컨더리 대표사로는 인도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비트코인 전용 지갑 서비스 테야(Theya)가 있다."

―해시드이머전트의 목표가 있다면.

"당장 내년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1호 펀드의 성공적인 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IBW는 콘퍼런스가 주된 이벤트였는데 내년에는 데모데이와 해커톤도 콘퍼런스만큼 크게 열어 전체적인 행사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사업을 길게 보면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권위 있는 투자사가 되고 싶다. 당연히 구체적인 목표 시장은 블록체인이다."

☞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이사는

▲고려대 경영학 학사 ▲ARGA Investment Management 주니어 애널리스트 ▲TheVentures India 대표이사 ▲TKN Advisors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