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폴란드 방산 수출을 위해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상반기 중 폴란드와 30조원 규모의 2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으나, 수은 자본금 한도 등에 가로 막혀 계약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3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수은 법정 자본금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회 계류 중인 수은법 개정안 3건이 모두 상정됐다. 현재 국회에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정송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은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양 의원 법안은 수은 자본금 한도를 35조원으로 높이는 내용으로 지난달 발의됐다. 윤 의원은 30조원, 정 의원은 25조원으로 수은 자본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야가 수은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이 수은 자본금 한도 규제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 방산기업과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경(輕)전투기 FA-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등이다. 현재 1차 사업은 본계약을 체결하고 양산·납품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계약은 1차와 2차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2차 사업은 약 30조원 규모로 애초 상반기 계약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차 계약이 연기되고 있다. 1차 사업 금융지원을 담당했던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2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상 수은은 특정 대출자(대기업집단)에 대해 자기 자본(15조원)의 40%(6조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수은은 1차 사업에서 6조원 가량의 신용공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폴란드 방위산업 2차 수출 계약에 약 3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서는 2차 사업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수은의 정책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방산 분야 수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열기 때문에 수은법 개정안은 오는 29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수은 자본금 한도 상향을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기재위 통과 전망은 밝은 편이다. 기재위 수석전문위원도 수은법 개정안에 대해 "수은이 우리나라의 대외경제 부문에 대한 정책금융 수요를 적기에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정자본금 규모를 적절히 확대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오르는 방위산업의 경우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민간금융에 더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법안 검토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아직 수은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소수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법 개정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국회 회기를 넘기면 예산안이 핵심 쟁점이 되기 때문에 수은법 개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