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본사. /현대카드 제공

카드사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현대카드는 개인신용판매취급액에서 삼성카드를 제치며 2위로 올라서고 본격적인 3강(신한·삼성·현대) 경쟁구도 구축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회원 수를 끌어올리고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을 앞세운 카드 소비 촉진에 따른 성과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9억원으로 신한카드(11조9942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카드의 개인신용판매 취급액은 10조8806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고 KB국민카드가 9조255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개인신용판매 취급액은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된 금액을 의미하며 카드업계에서 실적을 따지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현대카드 내부에선 10년 전부터 축적한 데이터 사이언스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데이터 사이언스란 지난 2015년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지휘 아래 추진된 사업이다. 사내 기술 전문 인력이 카드결제 데이터를 AI 등으로 분석하고 도출해 낸 결과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기법을 뜻한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약 1조원 상당의 예산이 데이터 사이언스에 투입됐으며 사내 기술 관련 인력도 500여명 수준에 달한다.

현대카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문자 메시지 알림으로 소비를 유도하되 소비 패턴별 맞춤 마케팅을 벌여 마케팅 비용은 줄이고 소비 촉진 성공률은 높였다고 설명했다. 소비 양상이 비슷한 회원을 묶어 회원 군마다 다른 할인쿠폰을 제공하거나 소비를 제안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10월 마케팅 비용이 전달보다 줄었지만 신용판매 취급액은 오히려 늘었다"며 "일괄적인 마케팅을 지양해 효용 없는 지출을 줄였다"고 귀띔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한 점도 개인신용 판매액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는 올해 3월 21일부터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현대카드 회원 수는 지난달 기준 1197만명으로 지난해 말(1135만명)과 비교해 62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15만명)·삼성카드(32만명)·KB국민카드(43만명)의 회원 수 증가보다 증가 폭이 크다.

다만 업계 영향력에 비해 순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 중 5위에 그쳤다. 자회사인 블루월넛과 지난해 설립한 모던라이언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점도 현대카드의 속앓이 요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해 순이익이 다른 카드사보다 적은 면이 있다"며 "장기간 투자한 데이터 사이언스와 AI가 전 사업 영역에 적용돼 취급액 및 연체율 등에서 성과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는 고금리 상황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무리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저수익 자산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