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미성년자 신용카드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이용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카드업계 역시 미성년자 신용카드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미성년자 자녀 앞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길 꺼리는 심리에 특별한 혜택이 없다는 특성이 더해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6월 21일, 우리카드와 현대카드의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미성년 신용카드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지난 2021년 1월 27일 이후 두 번째다. 첫 지정 당시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사업에 참여했다.
현행 민법상 카드사는 성년 이상(만 19세 이상) 고객에만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부모 명의의 신용카드를 주고 사용하게 하는 모습이 쉽게 보이곤 한다. 다만 엄밀히 말해 이러한 행위는 위법인데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고 금융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미성년자 신용카드는 만 12세 이상인 자녀가 부모의 신청에 따라 가족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최대 월 50만원까지 교통·편의점·학원 등 제한된 업종에서 쓸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관련 상품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다. 카드 분석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이달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방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미성년자 카드는 7.8%로 4위에 그쳤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체크카드(53.3%)로 집계됐다. 현금(20.8%)과 부모 명의 카드(11.1%)가 뒤를 이었다. 생활 속 현금 사용이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용돈을 줄 땐 미성년자 카드보다 현금을 주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카드고릴라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의 인식에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준다면 함부로 소비할 것이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 신용카드라고 하더라도 부모가 신청해야 하기에 청소년 세대에게도 홍보가 덜 됐고 현재 운용하는 카드사가 2곳에 그치는 점도 홍보가 덜 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카드사 역시 미성년자 카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현재 미성년자 카드 상품을 출시한 곳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뿐이고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는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성년자 카드는 고객에게 편의를 주기 위함이지 수익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라며 "관련 상품을 발매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미성년자 소비로 수익성을 내는 데 한계가 있고 카드사 입장에서 미성년자 고객의 신용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우 신용한도 부여와 위험관리가 어려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여지가 적기에 미성년자 신용카드 이용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의 여신한도를 평가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수익성 및 전망은 어두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