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전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들의 중고차 금융 사업 진출로 캐피탈사들의 실적 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캐피탈사의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여신금융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중고차 금융마저 인터넷은행의 진출로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 등 대형 캐피탈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 계열의 대형사도 실적이 빠르게 악화된 상황이라며, 이름값이나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 규모 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 5% 뚫은 여전채 금리…대형 캐피탈사 순이익 급감

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계열의 캐피탈사인 BNK캐피탈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02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금융캐피탈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34.8% 줄어든 1091억원에 그쳤다.

다른 금융지주사 계열 대형사도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KB금융 계열의 KB캐피탈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5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캐피탈은 1879억원으로 26.1% 각각 줄었다. NH농협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 3.7% 감소했다. 신한캐피탈의 경우 플러스 수익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7%에 머물렀다.

대형 캐피탈사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악화된 것은 여전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캐피탈사는 별도의 수신 기반이 없어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여전채 발행에 의존한다. 여전채 금리가 뛸 경우 캐피탈사들은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커져 순이익이 감소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여전채 무보증 AA- 3년물 금리는 5.274%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채권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캐피탈은 자체 거래 플랫폼인 KB차차차를 운영하는 등 중고차 금융 사업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KB캐피탈 직원이 고객을 대상으로 오토리스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KB캐피탈 제공

◇ 현대차 이어 카뱅·케뱅도…중고차 금융도 흔들

금융 시장에서는 캐피탈업계의 실적 부진이 4분기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가계대출에서 연체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의 부실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완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특히 차주(돈 빌린 사람)의 상환 능력이 취약한 A급 이하 캐피탈사는 연체율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부동산 PF의 경우 현재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화가 지연되는 상황이지만, 상환 안정성이 떨어지는 브릿지론과 지방 비주거시설 투자 건을 중심으로 요주의이하 비율이 증가하는 등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터넷은행이 중고차 금융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캐피탈사의 고민이 커진 이유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가장 먼저 지난달 4일 인터넷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자동차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도 뒤이어 24일 승용과 승합차, 2.5t 미만 화물차 등을 대상으로 한 중고차 구매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중고차 금융은 여러 대형 캐피탈사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특히 KB캐피탈의 경우 오랜 기간 중고차 금융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자체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KB차차차'도 운영할 만큼 공을 들였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KB캐피탈의 중고차 금융 자산 규모는 2조4750억원으로 현대캐피탈(2조6697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금융캐피탈도 중고차 금융 자산이 1조4354억원에 이른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체 플랫폼을 갖춘 KB캐피탈 등 일부 대형 캐피탈사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사에 비해 영업력이 떨어지고 부실 차주의 비중이 높은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