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주변에 투자를 소개하면 기여도에 따라 최대 20%의 보상을 주겠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콕(KOK) 토큰 운영업체에 대한 피해신고가 해외 금융 당국에 잇따라 접수됐다. 국내 경찰 역시 업체 측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상태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 수는 90만명, 피해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 단체는 경찰에 1500여명의 고발 연대 성명을 제출하는 한편 국회에 민원을 넣는 등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콕 토큰 해외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국세청(IRS),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영국 금융정보분석원(UKFIU) 등 해외 금융 당국에 블록체인 기업 메탈 아트에 대해 가상자산 시세 조작과 자금 세탁 등의 혐의가 있다고 신고했다. 메탈 아트는 콕 토큰 운영업체 미디움의 주식을 100% 소유한 뉴욕 소재 회사로 블록체인 사업을 꾸린다고 소개하지만 기업 홈페이지가 미디움으로 연결되는 등 사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신고서에 따르면 “메탈 아트는 미디움과 특수관계에 놓인 회사로 미디움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빼돌려 얻은 자금을 세탁하는 데 활용됐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또한 투자자들은 비슷한 시기 미국 뉴욕경찰국(NYPD) 등 수사 기관에도 메탈 아트를 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영 당국은 이런 신고 내용을 접수하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콕 토큰은 지난 2019년 9월쯤부터 발행된 가상자산이다. 콕 토큰 발행사 측은 초기 투자 유치 당시 콕플레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운영하며 콕플레이 등에서 콕 토큰이 재화로 쓰일 것이라고 광고했다. 발행사 측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300달러 이상 예치하면 4~20% 수익이 발생하는 콕 토큰 채굴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투자를 알선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이렇듯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콕 토큰은 지난해 2월, 가격이 6.5달러 수준까지 올랐으나 이내 5월 말부터 폭락을 거듭하며 현재는 0.006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최고점 대비 약 1000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든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출금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미디움 측이 전산오류를 가장하거나 투자자 대상 무작위로 가상자산 오입금 후 회수하는 등의 방법을 써 투자자들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빼돌렸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상자산업계에선 약 90만명이 4조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는 추산이 나온다.
국내 수사기관도 콕 토큰을 둘러싼 위법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 1월 검찰에 미디움 이사회 의장 김모(48)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은 경찰에 이첩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외에도 울산경찰청 역시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콕 토큰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콕 토큰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이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 기관에 민원을 넣고 있어 범죄 처벌과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 단체는 최근 경찰에 1582명의 연대 성명을 전달하고 국회에 민원을 넣는 등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투자자 단체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더 모아 집단 탄원서를 작성하고 경찰에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 알선을 독려하는 사업은 불법 다단계일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디센트의 홍푸른 대표변호사는 “가상자산 발행량과 유통량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하고 가상자산 발행자가 다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 해당 가상자산을 팔 수 있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시세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는 콕 토큰 사기 의혹과 관련해 미디움 측의 입장을 묻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또한 미디움 이사회 의장 김씨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