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율 운영협약을 가동한다. 경기 여건 악화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업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촉법이 효력을 잃자 채권금융기관들이 신속한 기업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은 것이다.
금융권은 31일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을 시행한다.
부실기업 워크아웃에 필요한 기촉법은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실효와 재제정을 거치며 6차례 운영됐으나, 이번에 또다시 연장에 실패하며 지난 15일부터 효력을 잃게 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금 등을 해주는 제도다.
금융 당국은 기촉법 일몰로 기업 구조조정이 어렵게 되자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구조조정 운영 협약을 체결해 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채권은행 공동관리 절차를 통한 정상화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은행권 협약의 범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금융권 협의를 거쳐 마련한 '채권금융기관 구조조정 협약(안)'이 10월 중 발효될 수 있도록 각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의 요청에 따라 금융권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의 정상화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기촉법 실효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수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준비해 왔다.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총 6개 금융협회와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는 '협약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 기촉법상 구조조정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협약을 마련했다. 지난 17일부터 각 협회를 중심으로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협약 가입절차를 진행한 결과 금융권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협약에 가입했다. 협약 가입률은 98.0%에 이른다.
각 협회는 협약 시행 이후에도 협약에 가입하지 못한 금융기관 및 비금융 채권기관 등도 언제든 협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다.
금융권은 최근 기촉법 일몰시 우려됐던 상황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되는 협약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계기업 증가, 연체율 상승 등의 위험 신호가 올라가고, 기업 회생·파산 신청도 올해 3분기에 이미 전년도 총 건수를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중견기업들의 연이은 구조조정 소식과 함께 협력업체의 줄도산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협력업체 및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협약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협약이 모든 금융 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촉법과 달리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에게만 적용되는 등의 한계가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기촉법이 재입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