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사옥 전경./예금보험공사 제공

정부가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부실 책임자에 대한 추궁이 미진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 부실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부실 책임금액을 돌려받고 있지만, 실제 회수되는 금액은 전체의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25일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공적자금 운용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예보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의 부실 관련자와 신원보증인 등 1만193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2조7918억원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법원이 부실 관련자에 금융기관 부실의 책임을 물어 예보에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금액(승소액)이 1조4344억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회수된 금액은 3914억원에 불과했다. 승소액의 약 27.29%만 예보가 회수한 것이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에 빠진 금융회사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1997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의 규모는 168조원에 달한다. 지난 2분기까지 회수한 금액은 120조원가량이다.

일러스트=손민균

부실책임 관련자로부터 부실 책임금액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이들 대신 국민이 세금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도와준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예보 또한 부실 관련자 재산 조사 등을 통해 이들의 은닉 재산을 확보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 관련자가 재산이 없거나 예보가 찾지 못하게 은닉해 뒀다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 관련자 재산 조사도 하고, 법원 소송 과정에서 재산 명시 신청도 하지만, 사실상 부실 관련자의 재산이 없으면 승소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하게 한 부실책임 관련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선 예보의 은닉 재산 추적 역량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의 등장 등 새로운 금융시장이 등장하고, 제3자 명의신탁·재은닉·해외 은닉 등 부실관련자의 재산 은닉 수법이 고도화·지능화되면서 예보는 현행 제도에서는 부실 관련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생기며 은닉 재산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라며 "부실 관련자들이 금융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부실 관련자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예보의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