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 본사. /서울보증보험 제공

서울보증보험(SGI)이 수요예측 실패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데 이어 대표이사 사장 선출 지연으로 경영 공백 우려까지 나온다. 현 유광열 사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이사회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유 대표의 후임자 선정은 금융 당국 인사와 맞물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오는 12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유 사장의 후임 선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보통 서울보증보험은 현 사장 임기 만료 40~50일 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후임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이후 사장 후보 공모와 서류 심사 및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한다. 임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임추위를 가동했어야 했지만,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현재 일부 금융 당국 인사가 차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낙하산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서울보증보험 사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금융 당국 인사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관가와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연말 고위직의 연쇄 이동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 사무처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의 이동이 예고되고 있는데, 이 중 서울보증보험 사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보험 사장 선임 절차가 금융 당국 인사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차기 사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당분간 현 유 사장이 업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보증보험 임원 12명 중 6명의 임기가 12월 말 끝난다. 임원 인사는 차기 사장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 사장을 포함해 서울보증보험 임원 7명이 곧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 직원들 사이에선 경영 공백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광열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서울보증보험 제공

서울보증보험은 최근 IPO 실패로 내홍을 겪고 있기도 하다. 서울보증보험은 전날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서울보증보험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은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지만, 흥행에서 참패했다. 지난 13~19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공모가 하단으로도 최소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보증보험의 희망 공모가는 3만9500~5만1800원이었다.

서울보증보험의 IPO 무산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틀어졌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서울보증보험 지분 93.8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예보는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한 서울보증보험을 지원하기 위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예보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22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며 지분 10%(698만2160주)를 매각해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려고 계획했다.

업계 관계자는 “IPO 실패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및 임원 공백에 낙하산 인사 내정설까지 돌아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