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보험 이미지. /조선DB

소액단기(미니보험) 전문 보험업 제도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미니보험 전문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료가 저렴해 수익성은 크지 않고, 대형 보험사와의 출혈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데이터베이스(DB) 영업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미니보험 전문사들은 이러한 방법이 여의찮아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6월 소액단기 보험회사 설립 최소 자본금을 20억원으로 설정하고 장기보장과 고자본 필요 종목 외 모든 보험종목 취급을 허용하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21일 현재까지 미니보험사를 설립하겠다는 신청은 한 건도 없다. “미니보험업에 대한 허가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 수요조사까지 진행한 금융위원회 전망이 무색해진 셈이다.

◇ 미니보험 주력하는 카카오손보…대형사와 경쟁 치열

현재 미니보험에 주력하는 곳은 디지털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심보험과 지난 6월 해외여행보험을 각각 출시하며 자동차보험에 집중한 또 다른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과는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여행보험은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수 15만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매 분기 적자를 보고 있다. 출범 첫해 261억원의 당기순손실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85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판매하는 상품으론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그래픽=이은현

여행보험의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를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고, 황금연휴가 있을 때마다 가입 건수가 급증한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도 여행보험을 판매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증가한 수요를 대형 보험사와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새롭게 여행보험 시장에 뛰어들려면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해 1~8월 삼성·현대·KB·DB·메리츠 등 5개 손해보험사가 판매한 해외여행보험 신계약 건수는 88만80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2339건)보다 282% 급증했다. 올해 1~8월 전체 신계약(102만9222건)의 86%를 5곳이 쓸어간 것이다.

◇ ‘DB 영업’으로 전락한 미니보험… “내년에는 달라질 수도”

미니보험은 지갑 사정이 여의찮고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MZ세대(20~30대)를 겨냥한 상품이다. 보험료를 1만원 안팎으로 설정해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판매된다. 미니보험을 통해 보험의 필요성을 경험한 MZ세대들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등 이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홍보비용 등을 고려하면 미니보험은 판매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DB 영업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미니보험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DB 영업을 통해 보장 기간이 긴 상품을 추가로 판매하면 이득이라는 심산이다.

금융위원회 전경./뉴스1

미니보험 전문사로 나선 곳이 한 곳도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반 보험사와 달리 미니보험 전문사는 미니보험만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DB 영업이 불가능하다. 미니보험 판매로 발생한 손해를 대체할 다른 상품이 없는 것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미니보험의 보험기간은 1년으로 보험금 상한액은 5000만원, 연간 총수입 보험료는 500억원이다.

보험업계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우선 내년 초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가 참여하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대상 상품에 여행자·화재·펫보험 등 미니보험 일부가 포함돼 판매 채널이 넓어졌다. 미니보험이 실손보험·자동차보험처럼 이미 포화된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실손보험에 시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미니보험은 다르다”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에만 메달릴 순 없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한 상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