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올해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린 보험사의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험주만 ‘나 홀로’ 상승 곡선을 그릴 정도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선 기대만큼 배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의 배당 의지와 달리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배당가능이익 산출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 ‘배당 쇼크’를 막기 위해 연내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IFRS17 도입으로 달라지는 점. /조선비즈DB

금융위원회는 최근 법무부에 보험사 배당가능이익 산출 기준과 관련해 상법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통상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해 산출한다. 그런데 올해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이 중 미실현이익 산출 방법이 문제가 됐다.

옛 회계 제도상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매도가능채권이나 만기보유채권으로 재분류할 수 있었다. 보험부채를 원가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미실현이익의 크기를 조정해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 왔다.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회계제도 아래서는 채권 재분류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올해 같은 금리 상승기엔 채권평가 손실로 인해 순자산이 줄어 결과적으로 보험사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위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힘을 보탰다. 이 원장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최근처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본확충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는 전제하에 배당의 자율성 보장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르면 이달 중 금융 당국이 입법예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각)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개최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미 시장은 고(高)배당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 5일~10월 5일) ‘KRX 보험’ 지수는 8.97%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거래소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등락률이다. KRX 보험 지수를 따르는데, 국내 보험업과 재보험업종을 대표하는 1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롯데손해보험의 주가가 이 기간 약 57.0% 오르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15.7%), 동양생명(12.8%), 미래에셋생명(12.6%), DB손해보험(11.9%)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코리안리(9.5%), 현대해상(9.4%), 삼성생명(6.1%), 한화손해보험(4.5%), 삼성화재(3.9%)가 뒤를 이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호재다.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교보증권은 올해 보험사들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동양생명 11.8%, 한화생명 8.1%, 현대해상 7.9%, DB손해보험 6.2%, 삼성화재 6.1%, 한화손해보험 6%, 삼성생명 5.2% 등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종 내에서는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면서도 “배당에 대한 기대만으로 투자하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1월로 예상되는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확정되는 기간 이전까지 주가는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