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 경신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던 국내 은행주가 최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이면 배당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데, 대표 고배당주인 은행주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미국 은행주는 하향세를 이어가는 반면, 일본 은행주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추석 연휴 이후 은행주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지주 주가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7일 5만5600원에 마감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7월 7일 4만6150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이날까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주가는 8월 7일 3만7200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같은 날 4만2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신한지주(055550)는 7월 7일 3만2400원에서 3만5750원으로 우리금융지주(316140)는 8월 17일 1만1200원에서 1만2260으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은행주는 모두 지난 2월 중 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걷다가 7~8월에 저점으로 떨어졌다.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중 최고점을 향해 상승 중이다.
국내 은행주가 등락을 거듭한 반면 일본 은행주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일본은행이 7년 넘게 이어온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 대표 은행주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FG)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30일 889.0엔(약 8396원)에서 지난달 26일 1310.0엔(약 1만1846원)으로 올랐다. 시가총액 16조6209억엔(약 150조7034억원)으로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 자동차(약 44조3196억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스미토모 미쓰이FG 주가 역시 같은 기간 5296.0엔(약 4만7912원)에서 7670엔(약 6만9389원)으로 상승했다. 스미토모 미쓰이FG 역시 시총 9위(10조2588억엔)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 은행주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은행 신용등급 강등 등의 여파로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은행주가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은행주의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가계대출 증가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또 연말 주주환원 기대감이 은행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주가 최근 부진했지만, 올해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2%로 전망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지 않을 경우 현 금리 흐름은 금융주에 우호적인 상황이다"라며 "배당랠리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하반기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계속 유지한다"고 했다.
다만 은행주가 하반기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승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4분기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에 따라 은행들이 추가 자본 적립을 할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이 도입되면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차등적으로 부과받게 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핵심예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정기예금 수요가 증가해 하반기에도 마진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핵심지표가 여전히 부진해 제한적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했다.